LG 트윈스의 1선발. 장수 외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케이시 켈리(34). 올 시즌 그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올해 우승을 목표로 뛰고 있는 LG가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만 할 상황이 올 것인가.
켈리는 지난 11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 1⅔이닝 4피안타 3볼넷 2몸에 맞는 볼 1탈삼진 6실점(6자책)으로 크게 흔들렸다. 총투구수는 54개.
결국 켈리는 2회를 채우지도 못한 채 마운드를 유영찬에게 넘겼다. 켈리가 2이닝을 못 채우고 마운드를 내려온 건 개인으로는 127경기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켈리는 지난 2019년 KBO 리그 무대를 밟았다. 올해로 5년 연속 LG 트윈스와 함께하고 있다. 이번 시즌 전까지 켈리는 4시즌 동안 114경기에 등판해 58승 31패 평균자책점 2.89 탈삼진 555개를 마크했다.
LG의 1선발로 동료들에게 확실한 믿음을 심어줬다. 2019년 14승 12패 평균자책점 2.55, 2020년 15승 7패 평균자책점 3.32, 2021년 13승 8패 평균자책점 3.15의 성적을 각각 올렸다.
지난 시즌에는 27경기에서 166⅓이닝을 소화하며 16승 4패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했다. 153개의 탈삼진과 함께 KBO 리그 다승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른바 '계산이 서는 투수'로 활약하며, 구단 최장수 외국인 투수로 자리매김했다. 결국 LG는 지난 시즌 종료 후 켈리와 총액 180만달러(계약금 45만달러, 연봉 105만달러, 인센티브 30만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올 시즌 켈리의 상태가 예사롭지 않다. 13경기에 선발 등판해 6승 3패 평균자책점 4.70을 기록 중이다. 총 74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81피안타(5피홈런) 23볼넷 48탈삼진 46실점(39자책점)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39, 피안타율 0.275의 성적을 냈다.
4월에는 6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 5.66으로 부진했다. 5월 들어 5경기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2.73으로 반등하는 듯했으나, 6월 2경기서 1승 무패 평균자책점 9.45로 다시 부진의 늪에 빠졌다.켈리가 부진한 사이,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아담 플럿코는 12경기에 선발 등판, 8승 무패 평균자책점 1.97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다. 사실상 켈리가 플럿코에게 1선발 자리를 내준 셈이다.
LG는 켈리의 상태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대권을 노리는 LG에 외국인 투수 1명의 중요성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는 막강한 1, 2, 3선발을 갖춘 팀이 우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임찬규가 올 시즌 3선발로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외국인 원투 펀치가 제 몫을 다한다면 우승에 한 발 더 가까워질 수 있다. 플럿코는 잘하고 있지만, 켈리가 흔들리는 현 상황. LG로서는 달갑지 않은 시나리오임이 틀림없다.
LG는 일단 켈리의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길 바라고 있다. 다만 분명 만약의 경우도 대비해야만 한다. 개인의 부진이 거듭된다면 팀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A구단 전력분석팀 관계자는 "켈리가 최근 4년간 공을 많이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아무래도 여파가 없을 수 없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켈리는 180⅓이닝(2019시즌)-173⅓이닝(2020시즌)-177이닝(2021시즌)-166⅓이닝(2022시즌)을 차례로 소화했다.
LG는 2018시즌부터 3시즌 동안 활약한 타일러 윌슨과 2020시즌 종료 후 결별한 바 있다. 당시 윌슨도 KBO 리그 입성 후 2년간 좋은 성적을 내다가 2020시즌에 흔들렸다. 그리고 그를 대신해 영입한 앤드류 수아레즈가 2021시즌 10승 2패 평균자책점 2.18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과연 켈리는 올 시즌 남은 경기에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켈리의 다음 선발 등판 경기는 두산과 주말 3연전 중 한 경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