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박찬호."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돼요? 정말 1도 자극이 안 됩니다."
올 시즌 KIA 타이거즈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루키 김도영(19)은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리며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런 김도영을 두고 내부 경쟁자라 볼 수 있는 '붙박이 주전 유격수' 박찬호(27)는 "솔직히 전혀 자극이 안 된다"며 진심을 고백했다. 어떤 사연일까.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처음으로 팀 간 연습경기가 펼쳐졌다. KIA와 한화가 26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맞붙었다. 결과는 6-4 KIA의 승리. 하지만 승패는 큰 의미가 없었다. 일부 이닝은 양 팀 합의 하에 투수들의 투구 수를 충족시키기 위해 4아웃까지 진행되기도 했다.
그 중 인상적인 건 박찬호의 맹활약이었다. 리드오프로 선발 출장한 박찬호는 4타수 3안타 1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타구도 다양한 방향으로 날렸다. 1회 좌전 안타로 출루한 뒤 3회에는 중전 안타, 6회에는 우전 안타를 각각 때려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박찬호는 "타구 방향이 골고루 나온 게 긍정적"이라면서 "캠프 기간 동안 준비한 게 이날 한 경기에 잘 나온 것 같다. 겨울에 제가 원하는 만큼의 체중이나 체지방, 근육량 등을 충분히 얻었다"고 입을 열었다.
비교적 호리호리한 체격의 박찬호는 올 겨울 체중을 5kg 가량 찌웠다. 그는 "지난해 71~72kg 정도 체중이 나갔는데, 현재는 77kg"이라면서 "(타격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이밍 같다. 옛날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종범 선배는 더 마른 체구였는데 30개 넘는 홈런을 기록했다. 더 좋은 타이밍에서 타격할 수 있도록 몸이 도와주는 거라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찬호는 최근 3년 간 KIA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다. '133경기(2019년)-141경기(2020년)-131경기(2021년)'를 각각 소화했다. 그런데 올 시즌 KIA에 특급 루키 김도영이 합류하면서 유격수 자리도 경쟁 구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붙박이 유격수이자 팀 선배인 박찬호 입장에서는 썩 달갑지 않은 분석일 터. 김도영은 고교야구서 대표적인 '5툴 플레이어(콘택트, 장타력, 스피드, 수비, 송구 능력을 갖춘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박찬호는 "정말 솔직하게 말씀드려도 되나요"라고 웃으면서 "솔직히 정말 전혀 1도 자극이 안 된다. 항상 남과 비교를 잘 하지 않는 성격이다. 물론 제 직업 특성 상 남과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를 비판하고, 결과로 나타난 제 성적에 대해서는 스스로를 향해 꾸짖기도 한다. 그렇지만 꼭 (김)도영이라는 후배가 들어왔다고 해서 '그 친구를 이겨야 해' 이런 마음으로 운동을 열심히 하고 그러진 않았다. 제 스스로 성적을 내기 위해 열심히 했지. 도영이가 잘한다면 그 친구가 주전이 되는 게 맞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겨우내 몸을 잘 만들고 온 프로 9년차 박찬호와 특급 루키 김도영. 이 둘을 향한 올 시즌 KIA 팬들의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