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시절 강정호(왼쪽)와 추신수 2016.05.29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강정호(35)의 KBO리그 복귀를 찬성하는 극히 소수 의견이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주장 중 하나는 ‘다른 음주운전 선수들은 다 뛰고 있는데 왜 강정호만 안 되냐?’는 것이다. 이중 잣대로 볼 수 있다.
은퇴 선수를 제외하고 올해 KBO리그에 등록된 현역 선수 기준으로 9명의 음주운전 경력자들이 있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화려하다. 라인업을 하나 세워도 모자라지 않다. 강정호가 들어오면 근사한 라인업이 완성된다.
내야수로는 강정호를 비롯해 이학주(롯데), 강승호(두산), 윤형준(NC), 강민국(키움)이 있다. 3루수 강정호, 유격수 이학주, 2루수 강승호, 1루수 윤형준, 전천후 백업 강민국으로 한 시즌을 꾸릴 만한 내야진이 완성된다.
외야에는 메이저리그 16년 경력에 빛나는 추신수(SSG)가 있다. 추신수는 지난 2011년 미국 클리블랜드 시절 음주운전에 적발됐다. 메이저리그 4년 경력의 강정호까지 음주운전 라인업에 전직 빅리거만 2명이나 된다.
강정호를 용서한 키움에는 또 다른 음주운전 경력 외야수 임지열도 있다. 그런데 지난해 음주운전에 적발된 외야수 송우현은 키움에서 즉시 방출했다. 독립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송우현은 안타깝게도 당장 KBO 음주운전 라인업에 들 수 없다. 키움이 그를 다시 부른다면 외야도 좌익수 임지열, 중견수 추신수, 우익수 송우현으로 짜여진다.
올해 KBO리그에 등록된 음주운전 경력 선수 9명
마운드도 짱짱하다. 정찬헌(키움), 최충연(삼성), 이용찬(NC) 등 1군 주축 투수들이 있다. 선발 정찬헌, 중간 최충연, 마무리 이용찬으로 보직도 딱 나뉘어진다. 그들의 공을 받을 포수가 없는 것이 이 라인업의 약점이다. 유일하게 음주운전 선수가 없는 포수는 ‘청정 포지션’이라 할 만하다.
음주운전 경력 선수들은 추신수와 이학주를 빼고 전부 KBO 및 구단 징계를 받고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 KBO리그 소속이 아니었던 추신수는 미국에서 벌금 675달러, 집행유예 27일, 6개월 운전면허 정지로 법적 처벌을 받았다. 이학주도 2017년 음주운전 당시 일반인 신분으로 KBO 소속이 아니라 운 좋게 징계는 피했다. 면허 취소 및 벌금 처분만 받고 넘어갔다.
KBO로부터 1년 유기실격 처분을 받은 강정호가 죗값을 다 치르면 리그에 뛰는 것을 막을 제도적 근거는 없다. 벌을 받으면 갱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사회적 기능이기도 하다.
그러나 강정호는 다른 9명의 음주운전 선수들이 한 번 실수한 것과 달리 음주운전을 3번 했다. 초범과 재범은 다르고, 가중 처벌을 피할 수 없다. 과거보다 도덕적 기준이 더 높아진 사회적 분위기와 팬들의 정서 변화를 야구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waw@osen.co.kr강정호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