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사진=KIA타이거즈'47억 거포' 최형우(39·KIA 타이거즈)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19타석 무안타에 그쳐 있던 신인 김도영(19)이 멀티 히트로 그의 타율을 하루 만에 따라잡을 정도다. 중심 타자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희망하는 KIA에도 위험신호가 켜졌다.
최형우는 지난 9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정규시즌 경기에서 6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타율이 0.105에서 0.095(21타수 2안타)로 떨어지면서 1할 타율마저 무너졌다.
비록 7경기 성적에 지나지 않으나,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같은 날 프로 데뷔 첫 안타로 떠들썩했던 김도영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타율 0.432로 시범경기 타격왕에 올랐던 김도영은 프로 무대에서는 19타석 무안타에 그치며 계속해서 기량을 의심받았다.
하지만 김도영은 이날 김광현(34·SSG)을 상대로 21타석 만에 마수걸이 안타를 뽑아냈고 뒤이어 김상수에게 시즌 2호 안타를 기록했다. 타율은 0에서 소폭 상승한 0.095(21타수 2안타)로 최형우의 타율과 정확히 일치한다. 김도영만큼의 부진을 최형우도 겪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같은 타율이라도 19세 김도영과 39세 최형우의 부진은 다르게 다가온다. 더욱이 최형우는 지난해 안과 질환과 햄스트링 부상 등으로 군 전역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타율 0.233, 12홈런, 장타율 0.375에 그쳤고 그나마 볼삼비를 1대1로 맞추며 출루율 0.354를 기록한 것이 위안거리였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타율은 1할이 되지 않고 장타도 아직 없다. 정타가 나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행히 선구안은 문제없다. 현재 최형우는 볼넷 7개를 얻어내는 동안 삼진은 4개밖에 당하지 않았다. 29번의 타석 동안 헛스윙은 단 8개에 불과했고 헛스윙 삼진도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그의 역할이 눈야구를 해야 할 테이블세터가 아닌 나성범(33), 황대인(26), 김석환(23) 등과 함께 장타를 쳐줘야 하는 타자라는 점이다. KIA가 2021시즌을 앞두고 38세의 최형우에게 3년 47억원(계약금 13억원, 연봉 9억원, 옵션 7억원)의 거액을 안겨준 것은 중심 타자로서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김종국(49) KIA 감독 역시 취임 후 꾸준히 "최형우는 최형우다. 여전히 그를 중심 타선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최형우의 자리를 클린업 타순으로 못 박았다.
하지만 최형우가 좀처럼 살아나질 않으면서 KIA도 빈곤한 장타에 힘겨워하고 있다. 팀 장타율은 0.299(리그 6위)에 불과하고 이따금 터지는 몇 개를 제외하면 꾸준히 장타를 생산해주는 것은 나성범뿐이다.
김종국 감독은 여전히 최형우의 반등을 믿고 있다. 김 감독은 9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최형우의 타이밍이 그렇지 안 좋은 것은 아니다. 약간 빗맞는 느낌은 있지만, 나름대로 잘하고 있다. 노련한 선수라 자기 스타일대로 페이스를 올릴 것 같다"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