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그래서 오히려 부담이 없어요."
2022시즌 초반 SSG 선발진에서 가장 놀라운 투수는 단연 만 38세 '방출생' 출신 우완 노경은이다. 작년 가을 롯데에서 방출되자마자 SSG의 연락을 받고 강화에서 테스트를 받았다. 김원형 감독이 "강화에 나오지 말고 문학에 나와도 되겠다"라고 하면서, 새출발을 시작했다.
돌아보면 노경은은 도전을 주저하지 않았다. 크리스 옥스프링으로부터 너클볼을 배웠다. 채식을 하며 건강도 잡고 몸도 만들었다. SSG로 팀을 옮긴 뒤에도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였다. 팀을 위해 백의종군한다.
3승에 평균자책점 1.13. 151억원 에이스 김광현, 메이저리그 90승의 이반 노바, 150km을 뿌리는 윌머 폰트 등 화려한 선발투수들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 성적. 오히려 시즌 초반 깜짝 다승 선두에 올랐다.
노경은은 잘 나가고 있지만, 다승이나 각종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다. "우승반지를 끼는 게 목표라면 목표"라고 했다. 김원형 감독이 "5이닝만 던져달라"는 주문도 받아들인다. 노경은은 "내 상황에 맞춰서 배려를 많이 해주신다. 투수 출신이라 심적인 부분에 있어서 감독님의 배려, 관리를 받는다. 감독님은 롯데 코치 시절이나 지금이나 차이가 없다"라고 했다.
물론 노경은은 "5이닝을 던지고 투구수가 적어도 위기가 2~3번 오면 100개 던진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옛날에는 힘으로 누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아쉽다"라고 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고, 노경은은 받아들인다.
오히려 두산, 롯데 시절 함께했던 코치가 많아 심리적 안정감을 갖는다. 노경은은 "조웅천 코치님, 조원우 코치님, 김민재 코치님, 전형도 코치님 등이 있다"라고 했다. 야구가 이렇게만 풀리면, 노경은은 더 바랄 게 없다.
그러나 경험 많은 노경은은 안다. 좋을 때가 있으면 안 좋을 때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120억원' 재활 형제 박종훈과 문승원이 6월에 돌아오면 선발진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박종훈과 문승원이 돌아오면 노경은과 오원석의 선발진 탈락이 유력하다. 상식적으로 외국인투수들과 에이스 김광현이 불펜으로 갈 수는 없다. 충격적 현실이다. 올 시즌 마운드가 탄탄한 SSG라면 가능한 일이다.
노경은이 5월까지 어느 정도 퍼포먼스를 유지한다면, 혹시 억울할 수 있지 않을까. 오히려 노경은은 "그래서 부담이 없다"라고 했다. 이유에 대해 "지금 좋아도 힘이 떨어질 때가 온다. 그때 승원이나 종훈이가 들어오면 팀에 좋은 것 아닌가. 두 사람이 있어서 나도 부담 없이 던질 수 있다"라고 했다.
철저히 팀 퍼스트다. 진심으로 팀 우승이 아니라면, 개인목표가 의미 없는 베테랑이라서 할 수 있는 얘기다. 노경은은 "나는 감독님과 코치님이 주는 오더에 따를 뿐이다. 거기에 맞게 하면 된다"라고 했다.
오히려 정용진 구단주와 구단에 고마운 마음이다. 노경은은 "클럽하우스는 물론이고 트레이닝, 전력분석 모두 굉장히 체계적이다. 매번 감동 받는다. 특히 클럽하우스가 좋아서 야구장에 일찍 오게 된다. 할게 많으니까. 사우나도 하고 아이스크림도 항상 가득 있다. 먹으면서 선수들과 담소도 나눈다"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노경은은 SSG에서 '행복 야구'를 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간다면 더 없이 행복한 2022년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