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닥터K가 롯데 마운드에 생겼다.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하고 이름도 바꾼 나균안(24·롯데)이 그 주인공이다.
나균안의 시즌 초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올 시즌 3경기에 등판해 7이닝 동안 6피안타 2볼넷 15탈삼진 3실점(2자책),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 중이다. 그는 올해 선발 투수로 나서고 있지 않다. 3경기 모두 구원 등판했다. 그럼에도 엄청난 탈삼진 능력을 보이고 있다.
다른 투수들의 기록을 보면 더 눈에 띈다. 현재 탈삼진 1위는 롯데 찰리 반즈(27)다. 28개의 삼진을 잡았다. 안우진(23·키움)과 드류 루친스키(34·NC)가 각각 24개, 21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양현종(34·KIA)과 닉 킹험(31·한화)가 18개, 고영표(31·KT), 로버트 스탁(33·두산), 윌머 폰트(32·SSG)가 17개의 삼진을 잡았다. 이어 16개의 플럿코(31·LG)와 박세웅(27·롯데) 다음이 공동 11위 나균안이다.
나균안보다 많은 삼진을 잡은 10명은 모두 선발 투수다. 그 중 투구이닝보다 탈삼진이 많은 선수는 5명. 반즈(이닝당 1.06개), 안우진(1.20개), 루친스키(1.05개), 킹험(1.10개), 고영표(1.21개) 등이다. 반면 나균안의 이닝당 탈삼진 수는 무려 2.14개에 달한다.
나균안은 2017년 2차 1라운드 지명으로 롯데에 입단할 때는 포지션이 포수였다. 롯데 안방을 지킬 차세대 주전 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강민호(37·삼성)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혔다. 그리고 강민호가 팀을 떠난 후 주전 포수로도 뛰었다. 하지만 두 시즌 동안 1할대 타율에 머물렀고, 수비에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2020년 호주 스프링캠프가 전환점이 됐다. 나균안은 캠프 도중 왼쪽 팔목 유구골 골절 부상을 당하자 투수 전향을 전격 결정했다.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변신이었다. 그해 7월 나종덕에서 나균안으로 개명한 그는 2군(15경기 65⅔이닝 3승 4패, 평균자책점 3.29)에서 적응기를 거쳐 지난해 처음 1군 마운드를 밟았다. 첫 시즌 성적은 23경기 46⅓이닝 1승2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6.41. 삼진은 27개 뽑아냈지만, 24개의 볼넷을 내주면서 제구 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투수 3년차에 접어든 올해는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경기 만에 지난해의 절반이 넘는 삼진을 뽑아냈다. 구위뿐 아니라 제구도 좋아졌다. 첫 경기였던 지난 6일 창원 NC전부터 14일 KIA전까지 3경기서 총 15개의 삼진을 뽑아내는 동안 볼넷은 단 2개만 내줬다.
래리 서튼(52) 롯데 감독은 올 시즌 나균안을 롱릴리프 또는 대체 선발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현재까지는 어떤 역할을 맡아도 제 몫을 해줬다. 사령탑의 칭찬은 당연했다. 서튼 감독은 "나균안이 등판할 때마다 다른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매 등판마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주고 있다. 이승헌이 (8일 사직 두산전에서) 1회를 끝내지 못하고 내려갔는데 나균안이 5이닝을 책임졌다. 14일 KIA전에서는 다리 역할을 맡겼다. 박세웅 이후 필승조까지 가기 위한 역할이다. 모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