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차 시즌을 맞이한 키움 이정후는 올 시즌 투수들이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타자 중 하나로 꼽힌다.
14경기에 출전한 이정후는 64차례 타석에 들어서 타율 0.298 2홈런 12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통산 타율이 0.340인 점을 감안하면 이정후의 시즌 출발은 두각을 나타낸다 할 수 없다.
그러나 투수들이 실제로 마주하는 위압감은 리그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떤 공이 오더라도 배트에 갖다 대는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즉, 이정후는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삼진을 잡기 어려운 타자다.
64타석에 들어선 이정후의 삼진 개수는 놀랍게도 ‘1’이다.
이정후는 지난 7일 LG와의 홈경기서 9회 마지막 타석에 들어서 임준형과 마주했고 풀 카운트 대결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것이 올 시즌 이정후의 유일한 삼진이다.
이를 제외하면 신기에 가까운 배트 놀림으로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을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이정후의 컨택%은 94.1%로 두산 허경민(94.3%), 키움 이용규(94.2%)에 이어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허경민과 이용규는 설명이 필요 없는 대표적인 ‘눈야구형 타자’다. 선구안이 매우 뛰어난 이들은 자신만의 스트라이크존이 확고하며 배트를 짧게 쥔 채 단타 또는 커트를 하면서 투수들의 투구수를 늘린다.
선구안이 뛰어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KIA 김선빈도 마찬가지다. 김선빈 역시 공을 골라내는 능력과 배트 컨트롤이 발군인데 허경민, 이용규와 함께 투수들을 지치게 만드는 유형이라 할 수 있다.하지만 이정후는 다르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이라면 스윙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정후는 타석당 투구수가 많은 허경민, 이용규, 김선빈과 다르게 매우 공격적인 유형의 타자다.
이제 관심은 이정후의 삼진 개수다. 타석당 삼진율이 1.6%(2위는 삼성 김헌곤의 5.8%)에 불과한 이정후는 규정 타석 대비 최소 삼진 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이 부문 역대 1위는 1988년 태평양 김일권으로 고작 8개(타석당 삼진율 2.3%)의 삼진만 당했다. 그해 김일권은 89경기(343타석)에 출전해 규정 타석을 겨우 넘긴 점을 고려해야 한다.
경기 수가 많아진 2000년대 이후에는 2019년 KIA 김선빈의 26개가 최소 기록이다. 그는 121경기에 나와 447차례 타석에 들어섰고 타석당 삼진율은 고작 5.8%였다. 삼진율 1.6%의 이정후라면 기형적이며 역사적인 수치를 기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