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보다 출발이 조금 늦으면 어떤가. 155km 강속구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
한화의 '특급 신인' 문동주는 아직 1군 등판 경력이 없다. 스프링캠프에서 실시한 불펜 피칭에서 155km 강속구를 던져 주목을 받았지만 캠프 막판에 옆구리 근육 미세파열 부상을 입으면서 실전 투입이 미뤄졌다.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문동주는 지난달 30일 서산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퓨처스리그 더블헤더 1차전에서 7회초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퓨처스 실전에 나선 것이다.
이날 문동주는 4타자를 상대해 26구를 던졌고 볼넷 1개만 내줬을 뿐 삼진 2개를 잡으며 무실점으로 깔끔한 피칭을 했다. 특히 '시범경기 홈런왕' 송찬의를 상대로 삼진을 잡으면서 경기 종료를 알렸다. 문동주는 팀의 1-0 리드를 지키면서 세이브까지 따냈다. 1이닝 1볼넷 2탈삼진 무실점.
무엇보다 이날 문동주가 돋보였던 것은 역시 구속이었다. 최고 구속은 155km까지 나왔고 직구 평균 구속도 153km로 싱싱한 어깨를 자랑했다.
한화는 문동주를 애지중지 키우고 있다. 팀의 10년 미래를 이끌 선수로 판단하고 길게 보겠다는 입장이다. 등판 일정도 서둘러 계획하지 않는다. 한화 관계자는 "다음 등판은 선수 컨디션 체크 후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문동주도 구단의 장기적인 계획을 받아들이고 있다. 시범경기부터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KIA 김도영은 '제 2의 이종범', 최근 신인왕 1순위로 떠오른 키움 박찬혁은 '제 2의 박병호'라는 수식어가 벌써 따라다니고 있다.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이들을 보면서 조바심을 가질 만도 한데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문동주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고 한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도 차분하게 문동주를 기다리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지난달 중순 문동주의 1군 예상 합류 시점으로 "재활이 건강하고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전제 하에 5월 말이나 6월 정도에는 1군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런 전제는 참 어렵다"라면서 "괜히 복귀 시점에 대한 기사가 나가서 문동주의 마음이 앞서가고 몸이 무리가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은 혹여 자신의 말 한마디 때문에 선수가 부담을 갖는다면 성장에 방해가 될 것이 분명하기에 말을 아끼고 있다. 이렇듯 구단과 현장의 합심 속에 문동주는 차근차근 과정을 밟고 있다. 마침 문동주가 155km 강속구를 던진 날에는 선발투수로 나선 박준영이 최고 구속 148km의 빠른 공을 앞세워 4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고 하니 한화로서는 더없이 기쁜 날이었다. 박준영은 한화가 박찬혁과 저울질하다 뽑은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유망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