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웨이보 게이밍(WBG) 공식 웨이보, 소프엠-엔젤
(MHN스포츠 이솔 기자) 지난 2021년 세계를 휩쓸었던 '황제' EDG를 손쉽게 제압한 웨이보 게이밍(WBG).
그러나 천하를 발 아래 둘 것 같았던 '초패왕'과 함께한 WBG도 끝내 황제에 오르지는 못했다.
비록 데마시아컵에서 보여준 그들의 시작은 불안했으나, 데마시아컵 직후 더샤이가 합류한 WBG는 한때 정규시즌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징동에게 패배하며 LNG와 동일한 5-6위로 시즌을 마친 WBG, 그들의 한 시즌간 모습은 어땠을까?
사진=LPL(영문) 공식 유튜브 채널, 엔젤의 '1인 특급 폭탄 배송'
1. 든든한 '병사'들
다소 뻔한 이야기지만, WBG의 라이너들은 이번 시즌에도 정글러 소프엠의 오더를 충실히 따랐다. BLG와의 시즌 초 경기에서 아쉬움이 있었을 뿐, WBG는 V5, FPX, EDG, LNG 등 강팀들을 상대로도 우월한 경기를 펼쳤다.
특히 웨이보 게이밍의 강점은 철저하게 소프엠이 있는 곳에서만 교전을 펼친다는 것이었다. V5와의 1세트에서 상대 뒤로 돌아가는 더샤이에 템포를 맞추는 대신, WBG는 소프엠의 템포에 따라 더샤이(그레이브즈)를 버리고 리치(아크샨)를 끊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엔젤(코르키)은 특급 배송 폭탄을 리치 단 한 명을 위해 쓰는 등 철저하게 '소프엠의 병사'임을 증명했다.
비록 오더가 갈리는 상황도 있었으나, 이후 더샤이가 WBG에 녹아들며 '같은 곳'을 바라보게 되자, WBG는 승승장구하며 봄의 황제에 오르는 듯 했다.
사진=웨이보 게이밍(WBG) 공식 웨이보, 앤젤 샹타오
2. 장군의 부재
그러나 이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장군'이 없는 곳에서는 타 선수들이 창의적이고 과감한 시도를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LPL은 전통적으로 서포터의 이니시에이팅 지분이 크다. 레오나-노틸러스를 비롯해 렐-라칸까지, 아직까지도 이니시에이팅 서포터가 각광받고 있다.
WBG의 문제점, 혹은 '범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선수는 다름아닌 온이다. 온은 벌써 1부리그 경력 2년차임에도 아직까지 종종 알 수 없는 이니시에이팅과 스펠 활용을 보이고 있다. 팀이 템포를 맞춰주지 않는 까닭도 있다.
사진=LPL(영문) 공식 유튜브 채널
이를 정확히 보여주는 장면이 V5와의 2세트 19분 상황이다. 상대 4명이 탑 라인에 쏠린 상황에서 온(라칸)은 탑 커버를 위해 향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포틱-피피갓(이즈리얼-유미)이 따로, 카사(자르반)가 그 뒤를, 그리고 리치(그라가스)가 상대의 길목을 차단하는 위치에 있었다.
WBG의 입장에서는 '유기적'이라고 볼 수 있기도 하지만, 백업도 아군이 빠른 상황에서 살상력이 떨어지는 리치-카사를 노릴 법한 위치였다. 킬 스코어도 11-3으로 압도적으로 앞서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온은 별다른 교전유도 없이 타워를 내주는 쪽을 택했다. 만일 위쪽 교전에서 승리를 거뒀다면, 순식간에 바론을 처치하며 게임을 끝낼 수 있는 자리였다.
온이 이상행동을 보이는 이유는 '템포'다. 때때로 자신이 보이는 각을 시도하려다 다른 팀원들 또한 이에 맞추지 않기 때문에 홀로 적진에 뛰어드는 모습이 보이는 것이다.
이미 다른 선수들(후안펑-엔젤)은 이를 순응한 듯 하다. 미드라이너 엔젤은 '투명'이라는 별명이, 후안펑은 시즌 초의 폭발력을 잃었다는 팬들의 의견이 들리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소프엠 집중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진=웨이보 게이밍 공식 SNS, '더샤이' 강승록 선수
3. 억제된 '슈퍼플레이'
우리가 iG의 더샤이를 보고 열광했던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때론 팀과 떨어져 자신만의 '각'으로 극한의 외줄타기를 펼치는 슈퍼플레이다.
그러나 WBG의 시즌 후반부에는 슈퍼플레이가 없다. 슈퍼플레이가 나오더라도 늘 주변에는 '소프엠'이 있다.
결국 상대 입장에서는 '소프엠쪽만 조심하자'라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WBG와의 게임에서는 큰 변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 과거 G2, FPX(도인비 시절) 팀이었다면 오히려 WBG의 전략을 역이용해 극단적인 스플릿-철거 조합으로 백도어만으로 경기를 끝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루키의 슈퍼플레이 이후 리치-카사-포틱이 돌아가며 자신만의 템포를 따라 경기를 펼친 V5, 카나비에 이어 369가 극단적인 매운맛을 보였던 JDG 등 '부활'을 알린 팀들과는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는 전략이었다.
4. 미래는?
결국 이를 단적으로 말하면 '소프엠' 전략이다. 소프엠의 선택에 따라 정글 난전도, 오브젝트 위주의 5-5 교전도, 스플릿을 활용한 난전도 펼쳐진다. 소프엠이 전사하면? 따라 죽을 뿐이다.
이미 2년간 로스터도, 해당 전략도 고착화 된 이상 그 누구도 이를 한 순간에 바꿀 수는 없다. 남은 것은 소프엠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를 기도하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