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토종 4번의 존재는 팀내 전력을 확 끌어올릴 수 있는 치트키 중 하나다. 외국인 선수중 한명이 필수로 골밑에 버티고 있는 가운데 국내 파워포워드가 포스트에서 함께 한다면 강력한 ’트윈타워‘구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드나 스윙맨 쪽에 강점을 가지고 있어도 골밑이 약하면 제 위력을 발휘하기힘든 농구의 특성상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않다.
실제로 국가대표급 토종 4번을 보유한 팀은 대부분 한번 이상의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농구 초창기 시절 DB는 빅맨부재로 인해 매시즌 순위 기복이 심했으나 달리는 4번 김주성이 입단한 이후 ’DB산성‘이라는 명성까지 얻으며 높이 농구를 대표하는 팀컬러를 갖게 됐다. 현대모비스는 스킬과 파워를 겸비한 함지훈의 가세와 더불어 왕조를 구축하는데 성공했으며 KGC 또한 오세근이 함께한 이후 꾸준히 우승권을 노리는 강팀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모습이다.
정규시즌 5회, 챔피언결정전 5회 우승에 빛나는 명가 전주 KCC는 단한번도 국가대표급 토종 4번과 함께 하지 못했음에도 좋은 성적을 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신선우 감독, 허재 감독 시절 두차례에 걸쳐 왕조를 구축한 바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여건이 잘 맞아 떨어진점도 무시할 수는 없다.
신감독과 함께 할 때는 외국인선수가 2명 뛰던 시절이다. 이상민, 조성원, 추승균으로 이어지던 이른바 ’이조추‘라인은 나무랄데 없던지라 오로지 외국인선수로 골밑을 지키는 농구가 가능했다. 장단신 시절 다른팀이 빅맨형+테크니션형으로 뽑을때도 단신 빅맨 유형의 조니 맥도웰을 선택해 재미를 봤다.
여기에 더해 허감독 시절에는 하승진이라는 역대 최장신 센터(221cm)가 함께 했다. 그와 함께하승진은 높이 만큼은 어느팀에도 밀리지 않았지만 느린 움직임과 그로인한 좁은 수비범위 등으로 인해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기도 했다. 김주성, 함지훈, 오세근같은 경우 특별히 그들을 위한 맞춤형 외국인선수가 절실하지는 않았지만 하승진을 제대로 쓰기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약이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때문에 KCC팬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언제 공수에서 탄탄한 4번을 한번 가져보냐‘는 볼맨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연달아 챔피언결정전에서 2번이나 고배를 마신 배경에는 상대팀의 강력한 4번에게 당한 영향도 크다. 추승균 감독 시절에는 이승현을 중심으로한 오리온의 장신포워드진에 농락당했으며 지난 시즌에는 오세근을 제대로 막지못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전창진 감독은 에이스 송교창(25‧201.3cm)을 4번으로 활용하며 빈자리를 메워나갔으나 이는 확실한 답이 되지는 않았다. 송교창은 신장만 놓고보면 4번이 가능한 선수지만 주포지션은 3번이다. 스피드를 앞세워 역 미스매치를 만들어내는 장점은 있으나 수비시 힘 좋은 상대 4번과 몸싸움이 거듭되다보면 체력이 떨어지고 데미지가 쌓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KCC가 우승을 노리는 강팀으로 나아가려면 주전급 4번이 포스트에서 송교창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기동성 좋은 센터 라건아(33‧199.2cm)와 궂은 일이 가능한 토종 4번이 골밑을 지키게되면 송교창은 내외곽을 오가며 장신 스윙맨으로서 상대팀의 미스매치를 유발하며 제대로 위력을 떨칠 수 있다. KCC팬들이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런 점에서 이번 FA시장은 KCC팬들이 가장 주목하는 무대라 할 수 있다. 오래전부터 부러워했던 국내 최고의 파워포워드 ’두목 호랑이‘ 이승현(30‧197cm)이 나오기 때문이다. 원소속 구단과 일찌감치 재계약을 하게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않은 경우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송교창, 이승현, 라건아 라인은 높이와 스피드를 두루 갖춘데다 서로 플레이 스타일도 겹치지않아 높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조합이다.
시기도 적절하다. KCC는 팀의 미래인 송교창과 유현준(24‧178cm)이 상무행을 택했고 이정현, 정창영, 송창용, 함승호 등이 FA인지라 유동적인 샐러리캡 활용이 가능한 상태다. 만약 이번 FA시장에서 이승현 영입에 성공할 경우 다다음 시즌 돌아올 송교창, 유현준과 더불어 대권을 노려볼 수 있게 된다. 골밑 수비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 송교창이 내외곽을 오가며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면 그러한 효과가 이어져 유현준까지 살아날 공산이 크다. 단순한 4번자리의 전력보강만이 아닌 각 포지션에 끼치는 시너지 효과가 높아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 모든 상황이 이른바 김칫국 마시기일 수도 있다. 이승현은 원소속팀은 물론 타팀에서도 매우 탐내는 최고의 4번 자원이기 때문이다. 팬들과 구단의 입장은 다를 수 있는지라 KCC가 1순위로 노리는 FA영입이 이승현일지도 확신하기 어렵다. 확실한 것은 두목 호랑이가 가세하는 KCC는 어떤팀 부럽지않은 라인업 구축이 가능해진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