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똑같습니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신임 감독(46)은 14일 신인 포수 윤준호(22) 이야기를 꺼내자 단호한 반응을 보였다. 이 감독과 윤준호는 최근 TV 예능프로그램인 '최강야구'에서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맺었다. 윤준호는 동의대 소속이면서 최강야구의 안방마님으로도 활약했고, 2023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에 두산의 지명을 받으면서 프로의 꿈을 이뤘다. 두산은 윤준호에게 계약금 7000만원을 안겼다.
최강야구 제자를 프로팀에서 진짜 제자로 품게 됐으니 마음이 더 갈 법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죄송하지만, 똑같은 선수다. 우리는 프로기 때문에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냉철해질 것이고, 열심히 하는 친구들에게는 똑같이 기회를 줄 것"이라며 특별한 인연이 선수 기용에 영향을 미칠 일은 없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윤준호는 현재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제4회 U23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고 있어 멀리서 이 감독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는 "감독님의 기사를 보고 처음에는 뭔가 어안이 벙벙했다. 이승엽 감독님과 계속 함께할 수 있다는 게 정말 기쁘기도 하고, 뭔가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 감독의 냉정한 반응에는 "당연하다"고 했다. 윤준호는 "최강야구라는 이유 하나로 특별한 애정을 받을 것이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았다. 두산에서는 내가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더욱더 감독님의 눈에 들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강야구에서 경험한 감독 이승엽은 어땠을까. 윤준호는 "선수를 믿어주시고 편하게 만들어주시는 것 같다. 원팀이라는 느낌을 받게 만들어 주신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해주신 감독님이자 스승님이셨다"며 감사를 표했다.
윤준호는 이제 이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두산에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두산 안방마님 박세혁이 올 시즌 뒤 FA 자격을 얻기에 잔류할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날지는 불투명하다. 박세혁과 별개로 두산은 포수 선수층이 두꺼운 편이다. 윤준호는 장승현, 박유연, 안승한, 박성재, 장규빈(군 복무) 등과 경쟁해야 이 감독이 이끄는 1군에 합류할 수 있다.
윤준호는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는 만큼 그 기대에 부응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팬분들께 늘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는, 좋은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두산에 합류하기 전에 현재 참가하고 있는 U23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한국에 돌아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윤준호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U23 대표로 발탁됐는데, 나라를 대표해서 나온 만큼 부담감을 갖고 진중하게 경기에 나서겠다. 또 '나'라는 선수를 어필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