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널의 윌리엄 살리바(가운데)를 상대하는 PSV에인트호번의 코디 각포(오른쪽) ⓒ연합뉴스/AFP
현대 축구에서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독일 분데스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프랑스 리그앙)의 선수 공급원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셀링 리그(selling league)는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벨기에 주필러리그가 꼽힌다.
선수 이동 역시 셀링 리그보다 시장 규모가 셀링 리그인 터키 수페르리가,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 스위스 슈퍼 리그, 스코틀랜드 프리미어십으로 진출한 선수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다면 러시아 프리미어리그도 셀링 리그 내지는 5대 리그 주요 공급원이었을 것이다.
이적료가 구단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축구팬이라면 충분히 인지하는 부분이다. 그렇지만, 선수를 내주는 일이 습관화 된 구단에서는 소위 '프랜차이즈 스타' 유지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안타깝다. 냉정한 경제 논리에 기인하는 것이다.
박지성, 이영표가 거쳐갔던 PSV에인트호번(네덜란드)은 중요한 공격수 한 명을 내줄 위기에 처했다. 네덜란드 국가대표인 코디 각포(23)이 그 주인공이다.
각포는 28일(한국시간) 아스널과의 2022-23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조별리그 5차전에서 1도움을 기록하며 2-0 승리에 기여했다. 최종전이 남았고 1위 아스널과 승점 2점 차 2위지만, 순위 변동은 쉽지 않아 보인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통한 16강 여부를 타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시즌 리그 27경기 12골 12도움으로 5대 리그 팀의 시야에 들어간 각포다. 아약스 지휘봉을 잡았던 에릭 텐 하흐 감독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가장 먼저 각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아스널과 리즈 유나이티드가 그냥 두고 보지는 않는 모양이다. 네덜란드 신문 '텔레흐라프'는 아스널전이 끝난 뒤 'PSV는 아스널, 리즈가 제시하는 이적료 3천만 유로(426억 원)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전했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각포는 리즈 이적 가능성이 있었지만, 무산됐다. 그러나 올 시즌 기량이 만개했다. UEL을 포함해 21경기 13골 14도움으로 날아다니고 있다. 아약스는 시장 가치보다 더 높은 5천만 유로(710억 원)를 원하고 있고 '거상' 레알 마드리드가 충분히 지급 의사가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지만, 확실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복잡한 상황에서 각포의 내년 1월 겨울 이적 시장 이탈을 막기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적료로 선수 육성에 재투자하는 PSV의 특성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매체는 'PSV는 운영 자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내년 1월 3천만 유로의 제안이 온다면 거절이 어려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헐값에 가까운 매각이다. 지난 시즌 아약스 소속으로 에레디비지에서 8골을 넣었던 안토니는 무려 1억 유로(1천423억 원)에 맨유로 이적했다. 상대적으로 각포의 가치가 절하되는 느낌이지만, 아약스보다 재정이 더 약화한 PSV라는 점에서 어느 수준의 이적료가 나올 것인지는 큰 관심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