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6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도하|권도현 기자
카타르월드컵의 또 다른 화두는 마스크다. 코로나19로 익숙해진 그 마스크가 아니라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들의 얼굴을 보호하는 안면 보호대 얘기다.
이 마스크는 손흥민(30·토트넘)이 안면 부상이라는 악재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세 번째 월드컵에 도전장을 내밀며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16일 벤투호에 마지막으로 합류한 손흥민의 가방에는 마스크도 있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손)흥민이가 영국에서 마스크를 만들었는데, 직접 들고 오는 것으로 안다. 아직 본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일급비밀인 손흥민의 마스크에서 예측이 가능한 것은 소재다.
카타르 도하의 아스페타 스포츠의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인혁 전 대한축구협회 트레이너는 “최근 마스크 (소재의)트렌드는 가벼우면서 강도가 높은 카본 파이버”라면서 “착용하는 사람의 얼굴에 맞춰 성형할 수 있어 선수 보호 측면에서 안전하다. 아니면 열가소성 수지 소재를 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 당시 수비수 김태영이 착용했던 특수 스폰지 마스크와 비교한다면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스크 제작 소재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수들이 불편함을 호소한다는 사실은 손흥민의 선전을 기원하는 팬들을 아쉽게 만든다.
국내 축구계에서 마지막으로 마스크 착용이 화제가 됐던 선수는 대구FC 수비수 정태욱이다. 그는 2019년 코뼈가 골절된 뒤 수술 대신 출전을 강행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한 바 있다. 당시를 떠올린 정태욱은 “처음 마스크를 썼을 땐 생각보다 무겁지도 않고 불편한 줄 몰랐다”면서도 “경기에 들어가니 점점 무거워지고 땀이 차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불편한 걸 떠나 시야가 좁아지는 게 너무 힘들었다. 눈동자를 열심히 굴려도 사각이 너무 많아 고개를 돌리면서 봐야 했다”고 덧붙였다.
마스크를 착용한 정태욱 | 프로축구연맹 제공
마스크를 착용한 채 뛰어야 하는 손흥민에게 겨울에도 무더운 카타르 도하의 날씨는 하나의 변수가 될 수 있다. 도하의 11월 평균 최고 기온은 29.5℃, 최저 기온은 19.5℃다.
그런데 이 시기에 도하에서 마스크를 쓴 채 경기를 뛰었던 수비수 송주훈(김천)은 “(손)흥민형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송주훈은 국군체육부대의 허가 아래 기자와 통화에서 “6년 전 도하에서 열린 23세 이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도중 코뼈가 부러지면서 마스크를 쓴 채 나머지 경기를 뛰었다”며 “겨울이라도 마스크 사이에 땀이 맺히면 너무 힘들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아무리 편하게 제작된 마스크라도 볼이 아웃될 때면 벗고 땀을 닦고 다시 써야 했다. 월드컵은 에어컨을 튼다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조인혁 트레이너(왼쪽)와 송주훈 | 조인혁 트레이너 제공
송주훈은 축구 선수 손흥민의 안전을 걱정하기도 했다. 자신이 수비수라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충돌이 많은 부분도 있었지만 통증을 느끼거나 출혈을 경험한 적도 있어서다. 송주훈은 “흥민형은 눈 쪽이라 더 조심스럽다. 뼈가 더 약한 부분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 선수로 견제도 가장 많이 받을 텐데…”라며 “다른 대회도 아닌 월드컵이라 어떤 말을 할 수도 없는 것이 답답하다. 흥민형이 하루 빨리 마스크를 벗을 정도로 완쾌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