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턴전 멀티 골로 토트넘의 FA컵 16강행을 이끈 손흥민.(사진=게티이미지)
손흥민(31·토트넘)이 돌아왔다. 기나긴 부진을 털고 다시금 원래의 모습을 선보였다.
토트넘은 29일(한국시간) 영국 프레스턴 딥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레스턴(챔피언십)과의 2022~23 FA컵 32강전에서 손흥민의 멀티 골, 아르나우트 단주마의 쐐기 골로 3-0 완승했다. 이로써 토트넘은 FA컵 16강에 안착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이반 페리시치, 데얀 쿨루셉스키와 손발을 맞췄다. 전반부터 위협적인 슈팅을 선보인 손흥민은 후반 들어 왼발로만 두 골을 뽑아냈다. 후반 5분 페널티 박스 바깥 먼 거리에서 왼발로 감아 찬 슛이 골망 구석을 흔들며 0의 균형을 깼다. 후반 24분에는 페리시치의 패스를 받은 후 때린 왼발 슈팅이 골네트를 갈랐다. 올 시즌 손흥민의 7·8호 골.
무득점 고리를 끊는 귀중한 골이었다. 손흥민은 지난 5일 크리스털 팰리스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골 맛을 본 후 25일 만에 골망을 갈랐다. 그가 두 골 이상 넣은 것은 지난해 10월 13일 벌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조별리그 이후 108일 만이다.
경기 후 크리스티안 스텔리니(48) 토트넘 수석 코치는 “쏘니(손흥민의 애칭)는 훌륭한 선수이며 우리는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며 “(오늘 경기에서) 쏘니는 공간을 찾기 위해 적절한 순간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는 경기에 매우 집중하며 그것을 이행했고, 결국 좋은 득점을 끌어냈다”고 극찬했다.
현지에서도 호평 일색이다. 영국 매체 풋볼 런던은 최고 평점인 9를 건네며 “그라운드 위 그 누구보다 높은 수준이었다”며 “이 경기가 손흥민의 재출발 순간이라는 사실이 입증되길 바란다”고 했다. BBC 역시 “손흥민이 (수준의) 차이를 증명했다”며 “후반 시작 후 지난 시즌 득점왕을 따낸 이유를 팬들에게 떠올리게 할 때까지 몇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손흥민(가운데)이 프레스턴과 FA컵 32강전에서 득점 후 동료들에게 축하받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손흥민은 최근 연이은 부진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현지 매체와 축구전문가들은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몇몇 토트넘 팬들 역시 지난 시즌 득점왕을 차지했던 때와는 사뭇 다른 손흥민의 활약을 본 후 돌아섰다. 현지에서는 부동의 주전이었던 손흥민과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토트넘에 입단한 단주마가 주전 경쟁을 하리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팬들은 손흥민을 향한 위로 메시지까지 띄웠다. 토트넘 팬 사이트 스퍼스 익스프레스는 프레스턴전을 앞두고 “구단이 길을 잃을 것처럼 보였을 때 그는 토트넘과 재계약했고, 우리를 포기하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며 “우리도 그를 포기하지 말자! 쏘니, 우리가 너와 함께해”라고 적었다. 구단을 향한 손흥민의 충성심을 되새기고, 부진에 빠진 그를 끝까지 응원하자는 뜻이었다.
손흥민은 완벽히 이에 부응했다. 보란 듯 장기인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두 번이나 골망을 갈랐다. 비록 상대 프레스턴은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에 속한 한 수 아래의 팀이지만, 손흥민에게는 재기의 발판이 될 수 있는 멀티 골이었다.
손흥민이 프레스턴과 FA컵 32강전에서 멀티 골을 기록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사진=연합뉴스)
손흥민은 경기 후 BBC와 인터뷰에서 “자신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런 골들이 필요했다. 스트라이커나 공격수에게 중요한 건 득점이다. 팀이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데 기여해 매우 기쁘다”며 “팀의 경기력에 관해 나눌 이야기가 많지만, 이제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또 집중해야 한다. 우리는 더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부진을 훌훌 턴 손흥민은 내달 6일 맨체스터 시티와 EPL 22라운드 홈경기를 치른다. '맨시티 킬러'로 불리는 그는 지금껏 16차례 맞대결에서 7골 3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20일 벌인 가장 최근 맞대결에서는 풀타임 활약했으나 침묵했고, 팀은 2-4로 완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