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 개막 4연전에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낸 잰더 보가츠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샌디에이고가 올 시즌을 앞두고 잰더 보가츠(31)와 11년 총액 2억8000만 달러(약 3683억 원)에 계약했을 때, 많은 이들은 '중복 투자'를 우려했다. 사고를 치기는 했지만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복귀가 예정되어 있었고, 지난해 타티스 주니어의 공백을 잘 메운 김하성도 버티고 있어서다.
이왕 돈을 쓰기로 했다면 다른 취약점에 투자하는 게 팀에 더 도움이 됐을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화끈하게 달리기로 결정한 샌디에이고는 망설임이 없었다. 유격수 포지션에서 공‧수 모두 올스타급 기량을 자랑하는 보가츠를 영입해 타선의 공격력을 채우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그 계획은 개막 시리즈 4연전에서 옳았음이 증명되고 있다.
말 그대로 '잰디에이고' 열풍이다. 홈구장인 펫코파크에서 열린 콜로라도와 4연전에서 맹타를 휘두르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모두 선발 유격수로 출전한 보가츠는 4경기에서 타율 0.429, 2홈런, 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471의 불방망이를 선보이며 홈팬들 앞에서 확실한 신고식을 마쳤다.
특히 2일(한국시간)과 3일에는 연이어 대포를 가동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개막 첫 2경기에서 모두 패한 샌디에이고를 깨우는 한 방이었다. 2일에는 1회 선제 투런포를 터뜨리며 팀의 시즌 첫 승 발판을 놨다. 3일에는 1-0으로 앞선 3회 도망가는 투런포를 치며 팀의 3-1 승리를 견인했다. 모두 경기 초반 샌디에이고에 안도감을 주는 중요한 한 방이었다.
보가츠는 3월 31일 개막전에서는 3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샌디에이고 구단 역사상 유격수가 개막전에서 3안타 이상을 기록한 마지막 사례는 1986년 개리 템플레턴이었다. 37년 만의 진기록을 쓴 것이다.
유격수 포지션에서 공격력은 확실한 선수다. 보가츠는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모두 OPS 0.833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현대 야구에서 5년 연속 OPS 0.825 이상을 기록한 유격수는 보가츠를 포함해 딱 7명뿐이다. 예나 지금이나 유격수는 공격보다는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인데, 적정 수준의 수비에 리그 평균 유격수를 훨씬 더 상회하는 공격력을 갖추고 있으니 가치가 큰 건 당연하다.
샌디에이고는 보가츠의 영입으로 김하성을 2루로 보내고, 타티스 주니어를 외야로 보낼 수 있는 유동성을 얻었다. 두 선수 모두 수비 부담을 덜어냄에 따라 공격력 업그레이드도 기대할 수 있다. 샌디에이고가 보가츠에 투자한 이유가 어렴풋이 드러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