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의 뜨거운 봄이 막을 내렸다.
현대캐피탈은 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3차전에서 대한항공에 세트 스코어 2-3(25-23 25-13 22-25 17-25 11-15)으로 졌다.
2018~2019시즌 이후 4년 만에 오른 챔프전에서 우승을 노렸지만 정규리그 1위 대한항공은 만만치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1, 2차전을 모두 내준 뒤 벼랑 끝에서 치른 3차전까지 빼앗기면서 챔프전 준우승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목표로 했던 정상에 올라서진 못했지만 이번 시즌 현대캐피탈이 일군 수확은 가볍지 않다.
리빌딩 속 암흑기를 끝내고 다시 한번 '명가'의 부활 신호탄을 쏘아 올렸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은 2020~2021시즌 중 베테랑 선수들을 내보내고 젊은 선수들로 새판을 짜기 시작했다.
재능과 패기만으로 당장 성적을 낼 순 없었다. 그해 현대캐피탈은 6위로 시즌을 마쳤고, 지난 시즌에는 최하위인 7위에 그쳤다.
힘겨운 시간 끝에 희망이 싹텄다.
리빌딩 3년 차인 이번 시즌 외국인 선수 오레올과 전광인, 허수봉으로 구성된 삼각편대는 리그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여기에 경험을 쌓은 젊은 선수들이 힘을 내면서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개막 직후 상위권으로 치고 나간 현대캐피탈은 최근 2년 연속 통합우승을 일군 대한항공의 대항마로 떠올랐다.
시즌 막판 1위 대한항공의 자리까지 넘봤던 현대캐피탈은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고 플레이오프(PO)에 직행했다.
PO에서는 한국전력과 역대급 혈투를 펼친 끝에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챔프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시즌 막바지 주포 전광인이 부상으로 이탈해 전력상 한국전력에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남은 선수들이 똘똘 뭉쳐 일궈낸 결과다.
그러나 챔프전 무대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PO 1, 2차전을 모두 풀세트로 치르는 등 체력 소모가 컸던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지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부상이 심했던 전광인이 끝내 이번 봄 복귀가 무산되며 전력상 열세도 계속됐다.
챔프전 2패로 벼랑 끝에 몰린 현대캐피탈은 3차전서 1, 2세트를 먼저 차지하며 마지막까지 버텼지만 결국 대한항공에 무릎을 꿇었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는 아니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리빌딩 결과물을 내놓으며 저력을 입증했다.
챔프전이라는 큰 무대까지 경험한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앞으로의 향한 기대를 더 키우기에도 충분했다.
아쉽게 우승 타이틀은 놓쳤지만 현대캐피탈은 화창한 봄날을 만끽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