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미약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올 시즌 전반기 불펜 투수진 성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롯데 불펜은 올 시즌 초 부진한 선발 대신 맹활약을 펼쳤으나, 그로 인한 과부하가 점점 나타나더니 KBO리그 10개 구단 중 평균자책점 꼴찌로 전반기를 마감하는 수모를 겪었다.
롯데 불펜진의 전반기 평균자책점은 5.40으로 리그 최하위다. WHIP(이닝당 출루율)도 1.68로 리그 10위이며, 피홈런 수는 25개로 kt와 함께 공동 2위를 기록했다. 5월 말부터 월간 평균 자책점이 4.60으로 흔들리기 시작해 급기야 7월엔 7점대를 찍으며 그야말로 붕괴했다.
롯데 불펜은 올 시즌의 ¼인 36경기를 치른 5월 21일까지만 해도 선방했다. 특히 15년 만에 9연승을 달린 지난 4월 20일~5월 2일 불펜 평균자책점은 0점대(0.96)로 단 1점도 쉽게 내주지 않았다. 특히 이 기간 김진욱이 11경기 평균자책점 ‘0’으로 맹활약을 펼쳤고, ‘SKY(신정락 김상수 윤명준) 불펜’도 FA(자유계약선수)급으로 위용을 떨쳤다. 필승조 구승민 김원중도 예외는 아니다. 좀처럼 몸을 끌어 올리지 못해 개막전 1군 엔트리에도 들지 못한 최준용 대신 구승민 김원중이 등판하여 구단 역사상 최초 4시즌 연속 10홀드와 10세이브를 나란히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롯데 불펜은 6월 월간자책점이 6.18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믿었던 김진욱부터 말썽이었다. 6월 첫 경기에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하고 1실점 한 김진욱은 이후 3경기 연속 한 타자도 못잡고 안타 2개를 맞은 뒤 마운드에서 내려 왔다. 7월 들어 2경기 연속 1이닝 무실점하며 본궤도에 올라오는가 싶더니,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고 3실점으로 또다시 무너졌다.
‘불펜’ 한현희도 대실패였다. 부상에서 복귀한 이인복이 선발 로테이션에 재합류함에 따라 한현희가 ‘롱 릴리프’로 변신했다. 하지만 한현희는 보직 변경 후 첫 경기부터 ⅔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까지 1과 ⅓이닝 5피안타 5실점으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한현희는 올 시즌 전반기 불펜 9경기를 평균자책점 14.85로 마무리 지었다.
몇 없는 ‘믿을맨’ 역할을 해준 구승민도 흔들렸다. 최준용의 부재로 인해 필승·추격조 가릴 것 없이 롯데 뒷문을 책임진 구승민은 6월 들어 제구가 급격히 흔들리며 부진했다. 4월 한 달간 패배 없이 8홀드 2세이브로 활약했다가 6월엔 2패 1세이브로 추락했다. 이 기간 12경기에서 무려 14개의 볼넷을 남발했다. 또 올 시즌 블론 세이브가 5차례로 이정용(LG)과 함께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지난 5월 부상으로 인해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최준용이 7월 들어 다시 팀에 합류, 비로소 롯데 필승조가 완전체를 이룬 가운데, 후반기 어떤 모습을 보일지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