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드리스가 된 것이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제이스 팅글러(41) 감독이 눈물을 훔쳤다. 19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전을 앞두고 현지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에서 팅글러 감독은 전날 벌어진 야구장 인근 총격 사고를 이야기하다 울컥했다.
지난 18일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 워싱턴의 경기는 6회말 갑자기 중단됐다. 야구장 인근에서 총성 소리가 울리자 놀란 관중들이 동요하며 대피했고, 샌디에이고 선수들은 관중들을 덕아웃 안으로 이끌며 피신시켰다.
야구장 인근 지역에서 두 대의 차량이 총격전을 벌어지면서 3명이 다쳤다. 야구장 밖에 있던 여성팬 1명도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이 없었지만 관중들이 혼비백산하며 아수라장이 됐다. 경기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잊고 싶은 악몽의 순간이었다.
팅글러 감독은 전날 상황에 대해 "악몽이었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닦은 뒤 "팬들이 공포에 빠진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이 옳은 일을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사황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 덕아웃이라 생각하고 팬들을 안내했다. 파드리스가 된 것이 이렇게 자랑스러울 수 없다"고 고마워했다.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매니 마차도, 윌 마이어스, 주릭슨 프로파 등 샌디에이고 선수들은 관중들의 안전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기지를 발휘했다. 3루 덕아웃 옆 통로 출입구 문을 열어 관중들을 덕아웃 안으로 빠르게 피신시켰다. 특히 타티스 주니어, 프로파 등은 어린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이끌거나 품에 안은 채 덕아웃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타티스 주니어는 "그 상황에선 더 이상 선수도, 팬도 없다. 모두가 같은 사람일 뿐이다. 누군가 어린 아이들을 데려가야 했다"고 말했다. 마이어스는 "대부분 사람들이 그 순간 무슨 일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모두가 안전한 곳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이라고 공포를 느끼지 않은 건 아니었다. 특히 이날 아내와 두 딸이 야구장을 찾은 샌디에이고 투수 에밀리오 파간에게도 잊고 싶은 악몽 같은 순간. 그는 "아내와 딸들이 무사한지 걱정했다. 무서웠다. 정말 무서웠다"고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