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국축구 마지막 공식 경기가 다른 누구도 아닌 볼보이 때문에 오점을 남겼다.
강원FC는 12일 오후 2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의 승강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4-1로 승리했다. 이로써 1차전 0-1 패배를 뒤집은 강원은 K리그1(1부리그)에 잔류했다. 승강 플레이오프 역사상 1차전 패배 팀이 2차전에서 승부를 뒤집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반 초반 대전 이종현이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곧이어 강원의 뒤집기 쇼가 펼쳐졌다. 5분 동안 이지솔 자책골, 임채민 헤더골, 한국영의 쐐기골이 터졌다. 대전으로 기울던 흐름은 한번에 강원 쪽으로 기울었다. 홈팀 강원 팬들은 잔류를 확정한 듯이 환호했다.
3-1로 후반전이 시작됐다. 이대로 경기가 끝나면 강원이 1부리그에 잔류할 수 있는 상황. 그러자 예상지 못한 곳에서 논란이 발생했다. 강원 홈팀 볼보이들이 의도적으로 시간을 지연했다. 후반 초반 본부석 가까운 곳에서 여러 차례 대전의 스로인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강원 볼보이들은 대전 선수들이 다가올 때까지 공을 주지 않았다.
대전 골대 뒤편 볼보이도 마찬가지였다. 대전의 골킥이 선언되어 김동준 골키퍼가 공을 찾으러 두리번 거렸다. 이때도 김동준이 직접 볼보이에게 다가가 공을 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 볼보이는 김동준 반대편으로 공을 던졌다. 김동준이 주심에게 항의했으나 주심은 경기 재개를 지시했다.
절정의 비매너는 후반 30분경에 있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대전이 스로인 할 기회였다. 이 볼보이는 아예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마음 급한 대전 선수가 육상트랙을 달려 공을 주우러 뛰어갈 정도였다. 하필 이곳은 대전 후보 선수들이 몸을 풀던 곳. 대전 피지컬 코치가 볼보이를 가리키며 심판에게 항의했다.
게다가 이 구역은 대전 원정팬 바로 앞이었다. 수백 명의 대전 원정팬들은 분노가 치밀었을 터. 몇몇 팬들이 육상트랙에 물병을 던졌다. 메가폰을 잡고 볼보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전까지 침착하게 펼쳐지던 양 팀 응원전에 육두문자가 날리기 시작했다. 결국 경기 감독관이 강원 관계자를 불러 코너 플래그 쪽 볼보이를 교체하라고 지시했다. 잠시 뒤 부상 상황에서는 들것조도 늦게 투입돼 빈축을 샀다.
경기 종료 후 원정팀 대전 이민성 감독은 "원정경기인 걸 감안했다. 어쩔 수 없다. 심판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많은 팬들이 오신 경기인데 좀 그렇더라"라고 답했다. 홈팀 최용수 감독은 "감독인 제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 홈 어드밴티지는 전 세계 어딜 가도 있다"라고 들려줬다.
결국 승부는 강원의 승리로 끝났다. 강원 볼보이들은 강원 벤치 뒤에 모여 밝게 환호했다. 그러면서 시간 지연한 볼보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하이프이브를 주고받았다. 이들의 대화는 들을 수 없었으나 서로에게 승리의 공을 돌리는 듯했다. 승패를 떠나 스포츠맨십이 결여된 강원 볼보이들의 행태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해당 구단 및 한국프로축구연맹 차원의 철저한 교육과 징계가 필요하다.
이기고 있을 때 홈팀 볼보이들이 공을 늦게 주는 홈 어드밴티지 '센스'도 정도가 있다. 강원은 그 선을 훌쩍 넘어섰다. 두 팀 모든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볼보이들의 비매너 행위에 눈살이 찌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