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스티븐 제라드 감독의 재치 있는 답변에 마이클 오언이 머쓱해졌다.
제라드 감독이 이끄는 아스톤 빌라는 12일 오전 0시(한국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21-22시즌 프리미어리그(EPL) 16라운드에서 리버풀에 0-1로 패했다. 제라드 감독은 EPL 감독이 되어 친정팀 리버풀로 첫 원정을 떠났으나 승점을 챙기지 못했다.
이날 아스톤 빌라는 우승 후보 리버풀 상대로 최소 무승부를 거둘 수 있었다. 후반 22분 모하메드 살라에게 페널티킥(PK) 골만 허용했을 뿐이다. 물론 경기내용은 리버풀이 압도했지만 리버풀 공격진들의 무수한 슈팅을 아스톤 빌라 수비진이 육탄방어로 막아냈다.
0-1 패배 후 제라드 감독이 방송 인터뷰에 나섰다. 이때 ‘스카이 스포츠’ 방송 패널 오언이 제라드 감독에게 “궁금한 게 있다. 당신은 원정팀 감독이 되어 안필드로 돌아왔다. 상대 감독이 되어 옛 집으로 돌아간 기분이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제라드 감독은 가볍에 웃으며 “나도 너처럼 선수 시절에 맨유에서 뛰었다면, 감독이 되어 안필드로 원정 오는 게 정말 싫었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오언 주위에 있던 션 라이트 필립스 등 다른 패널들이 모두 폭소했다. 오언도 밝게 웃었다.
제라드와 오언 모두 선수 커리어를 리버풀에서 시작했다. 제라드는 데뷔 후 17년 동안 리버풀에서 여러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역대 최고의 캡틴으로 칭송받는다. 반대로 오언은 일찍이 팀을 떠나 레알 마드리드, 뉴캐슬, 그리고 리버풀의 라이벌인 맨유로 이적한 선수다. 맨유에서 3년을 보냈다. 리버풀 팬 입장에선 배신자인 샘이다.
제라드 감독은 방송 인터뷰 중에 오언의 맨유 커리어를 콕 집어 난처하게 만든 것이다. 영국 매체 ‘미러’는 “제라드 감독이 오언의 질문에 완벽한 대답을 했다”라며 “제라드 감독은 원정팀 사령탑이었음에도 리버풀 홈팬들의 열렬한 환영 인사를 받았다”라고 조명했다.
제라드 감독의 발언은 오언을 향한 '저격'이 아니었다. 제라드와 오언은 밝은 분위기에서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제라드는 "안필드 원정 경기에서 특별한 감정이 드는 건 당연한일이다. 하지만 프로 감독이기 때문에 감정을 컨트롤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홈팀 리버풀 감독 위르겐 클롭은 "제라드는 리버풀 레전드다.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하지만 경기 중에는 각자 입장에사 집중해야 한다. 경기 끝나고 제라드가 내게 승리를 축하한다고 했다"라고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