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지난 25일 외국인 투수 션 놀린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러닝 훈련을 하다 왼쪽 종아리 근육을 다쳤기 때문이다. 근육이 파열돼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KIA는 놀린의 교체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교체 쪽으로 무게가 쏠려 있다.
선발 로테이션 중 한 자리가 비어있는 가운데, KIA는 30일 한승혁을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1군 선수단과 동행하며 훈련하되 열흘간 쉬어가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등판은 한 번만 거르게 된다.
한승혁은 올시즌 개막과 함께 선발로 뛰고 있다. 스프링캠프 중 부상당한 임기영의 자리에 들어가 5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한승혁은 4월 한 달 간 4경기에서 23.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2.28의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꾸준히 5이닝 이상씩 소화한 ‘5선발’ 한승혁의 활약은 KIA가 시즌 초반 강력한 선발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결정적인 원동력이 되었다.
한승혁은 지난 18일 롯데전에서 1.2이닝 만에 물러나 처음으로 경기 초반 마운드를 내려왔다. 24일 삼성전에서는 5이닝 3실점으로 다시 잘 던졌으나 29일 SSG전에서는 2.2이닝 만에 6안타 4실점을 해 다시 일찍 교체됐다.
한승혁은 2018년 시즌을 마지막으로 재활 뒤 군 입대해 지난 시즌 후반기에 복귀했다. 입대 전에도 풀타임 선발로 뛰어본 적이 없다. 2018년 던진 88이닝이 한 시즌 최다이닝이었다. 올시즌에는 두 달 동안 9경기에서 45이닝을 던졌다.
지치기 전에 휴식을 주고자 시기를 엿보던 KIA는 외국인 투수 한 자리가 비어있는 가운데서도 한승혁을 엔트리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했다. 다행히 임기영이 복귀해 잘 던지고 있다. 놀린과 한승혁이 빠져도 공백은 한 자리만 채우면 된다. KIA는 윤중현 등 지난 시즌 선발로 뛰었던 젊은 투수 중에서 선발로 투입하며 하루쯤 불펜데이도 각오할 계획이다.
KIA는 30일 현재 27승22패로 4위다. 3위 LG에 0.5경기 차, 2위 키움에 2.5경기 차 뒤져있다. 4월을 마칠 때만 해도 7위였던 순위를 5월 한 달 간 확 끌어올렸다.
KIA가 예상보다 잘 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선발진이다. 선발승을 거두지 못해도 1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할 정도로 선발들이 잘 버텼다. 외국인 투수 둘과 양현종, 이의리, 한승혁을 선발로 해 시즌을 시작한 KIA는 일찍이 국내 선발들을 한 번씩 엔트리에서 제외해 쉬게 할 계획이었으나 그 때마다 외국인 투수의 부상이 나와 한 번도 휴식을 주지 못했다. 이번에도 로니 윌리엄스가 돌아오자마자 또 놀린이 다쳐 다시 제외되면서 차질이 생겼다. 하지만 KIA는 이번에는 반드시 쉬어갈 시점이라 판단하고 선발 두 자리 공백을 감수한 채 한승혁에게 가장 먼저 휴식을 주기로 했다.
김종국 KIA 감독은 시즌을 길게 보고 있다. 5월 들어 타격이 터지기 시작하면서 상승세를 탔고 상위권으로 올라서고 있지만 KIA를 끌고 있는 선발 투수들이 지치지 않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마운드가 무너지면 답이 없기 때문이다. 김종국 감독은 “국내 투수들이 부상없이 너무도 잘 해주고 있다. 그러나 과부하가 올 수 있다는 점은 걱정스럽다”며 “예비병력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막 두 달 사이 외국인 투수 둘이 번갈아가며 부상당한 가운데서도 굳건하게 팀의 축이 되고 있는 국내 선발들이 올시즌 KIA 도약의 핵심 열쇠다. 상승세에 있는 지금, 오히려 한 숨을 더 고르며 나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