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시울이 붉어진 청담고 에이스 류현곤 ⓒ 목동, 김민경 기자
[스포티비뉴스=목동, 김민경 기자] "내가 105개로 9회까지 책임졌어야 했는데, 내 몫을 100% 하지 못했다."
청담고 3학년 에이스 류현곤(18)은 자책하고 또 자책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창단 첫 우승이라는 역사를 쓸 기회를 눈앞에서 놓친 아쉬움 때문이었다.
청담고는 30일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6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경남고와 결승전에서 2-7로 역전패했다. 2-0으로 앞서다 7회초 대거 5점을 내주면서 경남고에 승기를 뺏겼다.
류현곤은 적장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경남고 타자들을 압도하는 투구를 펼쳤다. 6⅓이닝 4피안타 3사사구 11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류현곤은 지난 24일 안산공고와 16강전에서도 6⅔이닝 동안 삼진 10개를 잡았다. 2경기 연속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할 정도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이 빼어나다. 사이드암인 류현곤은 시속 130㎞ 후반대 직구에 슬라이더와 투심패스트볼을 던지는데, 변화구 제구력이 일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전광열 경남고 감독은 경기 뒤 류현곤을 따로 언급하며 "던지는 것을 본 적이 있는 투수였는데도 깜짝 놀랐다. 결승전은 부담이 큰 경기인데도 이렇게 제구가 되면, 볼끝도 있고 특히 변화 제구가 좋다. 쉽게 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오늘(30일) 구속도 140㎞까지 나오더라. 분명 좋은 투수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컨디션도 좋아 보이고 그 이상으로 잘 던진 것 같다. 청담고가 절대 이변으로 여기까지 온 팀이 아니다. 존중받아야 할 팀"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도 우승 문턱에서 좌절해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류현곤은 실점 상황을 만들고 마운드를 내려간 게 가장 마음에 걸렸다. 2-0으로 앞선 7회초 선두타자 김범석을 사구로 내보낸 게 뼈아팠다. 다음 타자 조세익을 좌전 안타로 내보내고, 장수원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가 됐을 때 류현곤의 투구 수는 102개까지 불어나 있었다. 무조건 교체해야 하는 투구 수 105개를 넘기지 않으려면 임성규를 공 3개로 잡아야 했는데, 볼카운트 2-1로 몰린 뒤 이효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에이스를 끌어내린 경남고 타선은 기세가 올라 순식간에 5점을 뽑으며 경기 판도를 바꿨다.▲ 청담고 류현곤(오른쪽)이 감투상을 수상했다. ⓒ곽혜미 기자
류현곤은 "7회에 첫 타자한테 몸 맞는 공이 나왔는데, 내가 잘못 던졌다. 그렇게 팀의 위기가 시작돼서 그 실수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내 임무를 100% 다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9회까지 책임졌어야 하는데, 9회까지 가지 못한 게 많이 아쉽다"고 눈물을 애써 삼키며 말했다.
2016년 창단한 청담고는 이번 대회에서 '최초', '이변', '기적'이라는 수식어와 함께했다. 전국고교야구대회 8강, 4강, 결승 진출 모두 창단 최초의 기록이었다. 누군가는 청담고의 돌풍이 준우승으로 끝났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청담고는 강팀으로 한 단계 도약할 발판을 마련한 것만으로도 값진 성과를 냈다.
류현곤은 "어머니께서는 잘했으니까 고개 숙이고 있지 말고, 위축되지 말라고 이야기해주셨다. (동료들이) 여기까지 끌고 와줘서 진짜 정말 고맙다. 마지막에 결승에서 많이 아쉽게 돼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며 이날 삼킨 눈물이 다음 대회에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밑거름이 되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