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5회말 연타석 솔로 홈런을 치고 동료 선수들의 무관심 세리머니에 혼자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후배들이 귀찮았나보죠 뭐."
롯데 자이언츠 최고참 이대호(40)는 12일 사직 KT전에서 연타석 홈런 포함해 4안타 3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3-0 대승을 이끌었다. 일단 롯데는 주말 3연전 스윕패 위기를 극복했다.
이미 주중 삼성과의 시리즈에서 2패를 당한 뒤 치른 지난 9일 경기, 롯데는 6-2로 앞서다가 9회말 동점을 허용하며 연장 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이대호가 11회말 끝내기 2루타를 때려내면서 극적인 7-6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날 KT와의 3연전 중 2패를 당한 뒤 치른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 다시 한 번 방망이를 폭발시켰다.
3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솔로포를 쏘아 올리며 KBO 역대 7번째 3500루타 대기록을 달성했다. 5회말에도 선두타자로 나선 이대호는 데스파이네의 초구를 공략해 다시 한 번 좌측 담장을 넘겼다. 통산 19번째 연타석 홈런 기록이었다.
팀의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이대호는 외로운 싸움을 거듭해야 했다. 이번 주 2승(4패) 모두 이대호의 손끝으로 만들어 낸 승리였다. 경기 후 이대호는 "지금 우리 팀이 정말 힘든 상황이다. 주전 중에 부상 선수들이 너무 많다. 솔직히 어린 선수들에게 잘 해달라고 하는 것도 우리의 욕심이다. 조금씩 지나면서 성장하고 더 좋아질 것이다"라면서 "일단 우리 주전 선수들이 올 때까지는 저나 (안)치홍이, (전)준우가 잘 버텨서 다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준비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이대호는 다시 한 번 1루수 수비를 나섰다. 이대호가 자청해서 1루 수비에 나선 것. 고참 선수들이 돌아가면서 수비를 하기 위한 최고참의 희생이었다. 이대호는 "나는 그동안 지명타자를 하면서 체력적인 면에서는 괜찮은 편이었다. 사실 오늘도 원래 라인업은 제가 지명타자였고 준우가 1루수였다. 그래서 제가 '준우도 어제 1루수를 나갔고 2경기 연속으로 1루로 나가면 힘들 것이다. 내가 나가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건의를 했는데 받아들여졌다. 제가 1루를 했는데 팀도 이기고 나도 잘했다. 준우도 홈런을 쳤다"라면서 "고참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돌아가면서 쉬면 좋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팀이 좋아질 수 있다면 제가 (1루를) 나가는 건 문제가 안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한편 5회 두 번째 홈런을 치고 나서 덕아웃으로 돌아왔을 때 후배들은 아무도 이대호를 반겨주지 않았다. 최고참이 홈런의 기쁨을 만끽하려는 것을 모두 외면했다. 후배들 나름대로 연타석 홈런을 기념하기 위해 '침묵 세리머니'를 펼친 것. 이대호도 능청스럽게 허공에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대응했고 카메라를 응시하면서 본인의 세리머니까지 마쳤다. 이후 이대호가 덕아웃에 앉자 후배들이 달려와서 뒤늦게 홈런을 축하했다.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5회말 연타석 솔로 홈런을 친 이대호에게 무관심 세리머니를 끝내고 박수를 치며 축하하고 있다그는 "후배들이 귀찮았나 보죠. 선배와 하이파이브 치는 게 귀찮았나"라고 능청스럽게 웃으면서 "어쨌든 이렇게 후배들과 좋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진다면 저희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제 안 좋은 분위기를 다시 반등시켜서 부상 복귀 선수들과 함께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솔직히 분위기 안좋았다. 준우가 돌아왔지만 (안)치홍이 하고 제가 그동안 최고참이었다. 어린 선수들이 많으면 한두 경기 지면 분위기가 올라올 수 없다"라며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기는 것 밖에 안되니까 좀 힘들었는데 그대로 준우도 돌아오고 동희도 대타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정)훈이도 돌아오면 더 좋아질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