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쾌한 장타를 뿜어낸다. 방망이에 공이 맞으면 빠르게, 또 멀리 날아간다. 타구속도, 발사각 모두 거포의 그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휘두르는 건 아니다. 스윙 하나하나에는 이유가 보이고, 어처구니없는 공에는 참을 수도 있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전의산(22‧SSG)은 "점차 1군 선수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느냐"는 물음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혀 아니다. 아직 멀었다"고 고개를 젓는다. 데뷔 이후 첫 1군 콜업을 받은 지 27일. 그 짧은 시간을 고려하면 어쩌면 전의산이 맞는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스윙과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본 야구 관계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SSG는 물론, KBO리그를 호령할 수 있는 파괴력 넘치는 스윙에 매료된 이들이 많다.
전의산은 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 선발 출전해 홈런 두 개를 뿜어냈다. 첫 홈런은 우측 담장을 넘겼고, 두 번째 홈런은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전의산은 경기 후 홈런 상황에 대해 "첫 홈런은 파울이 될 줄 알았다. 두 번째 홈런은 뜬공으로 잡히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멀리 날아갔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이 말에는 많은 것이 담겨져 있다. 첫 홈런의 경우는 잡아당긴 타구를 폴 안으로 집어넣을 수 있는 타격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홈런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힘을 가지고 것을 상징한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KBO리그의 전설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홈런 타구를 바라보며 "괴물타자가 등장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1군에 올라온 뒤 어떤 극적인 기술적 변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진영 SSG 타격코치는 "1군에 와서 타격폼을 수정한 것은 없다. 원래 좋은 것을 가지고 있는 타자 아닌가"라고 미소 지었다.
전의산은 2021년 스프링캠프에서 이미 1군 코칭스태프에 인상적인 잠재력을 선보여 화제가 됐었다. 당시 1군 선배들을 다 제치고 최정상급 타구속도를 보여줘 지도자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타구속도가 좋다는 건 힘은 물론 공을 맞히고 힘을 주는 능력 또한 탁월하다는 의미다. 비록 당시에는 손목 부상으로 중도이탈하기는 했지만, 그 재능이 아직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완벽하게 증명하고 있다.
머리도 똑똑하다. 이진영 코치는 "폼에 대해 특별히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다만 어깨가 열리는 부분이 있을 때 지적하고, 상대 투수에 대한 원포인트 조언을 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1군 투수들이 낯선 만큼 이 노하우를 속성으로 채워주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리곤 한다. 전의산은 수행능력도 뛰어나다는 게 이 코치의 흐뭇한 웃음이다.
첫 홈런은 KIA 선발 김도현의 패스트볼을 받아쳤다. 이 코치는 "패스트볼을 홈런으로 연결시킨 만큼 (두 번째 타석에서) 초구는 변화구가 들어올 확률이 높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초구와 2구째 변화구를 잘 골라내더니 결국 유리한 카운트에서 3구째 홈런을 만들어냈다"고 전의산의 적응력을 칭찬했다.
1군에 갓 데뷔한 만 22세의 선수가 장타의 잠재력에 빠른 적응력까지 보여주고 있으니 '괴물타자'라는 기대감이 저절로 샘솟을 수밖에 없다. 전의산은 스스로 부인하지만, 첫 76타석에서 타율 0.343, 5홈런, 20타점, OPS 1.095의 성적은 그냥 나올 수 없다. 시즌 최종 성적과 별개로 SSG가 기대를 걸 만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