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 미드필더 리 마틴이 잉글랜드 5부 리그 팀에 합류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수많은 리그가 존재한다. 익히 알려져 있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부터 한 단계 씩 숫자가 내려간다. 4부 리그에 해당하는 EFL 리그 투까지는 프로 리그이며 5부 리그인 내셔널 리그부터는 프로 팀과 세미 프로 팀이 혼재돼 있다.
구단 규모를 고려했을 때, 세미 프로 팀이 프로 선수를 영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도 '빅클럽' 출신의 선수면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하지만 이 어려운 것을 해낸 클럽이 있다.
내셔널 리그 소속인 도버 애슬레틱은 공식 성명서를 통해 "맨유에서 활약했던 미드필더 마틴을 영입해서 매우 기쁘다"라고 발표했다.
마틴은 만 35세의 베테랑 미드필더다. 2004년 밀턴 케인즈 돈스에서 맨유로 이적하며 올드 트래포드에 입성했다. 1년 간 U-18 팀에서 적응기를 마친 마틴은 2005년 맨유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 2005-06시즌 리그 컵 경기에서 선발로 출전하며 감격스런 맨유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임대를 전전했다. 당시 호화로운 스쿼드를 자랑하던 맨유에 마틴이 설 자리는 없었다. 이에 로열 앤트워프, 레인저스, 스토크, 플리머스, 셰필드 유나이티드, 노팅엄 등 6번이나 임대를 떠났다. 하지만 좀처럼 성장하지 못했고 맨유는 2009년 225만 유로(약 30억 원)의 금액으로 마틴을 입스위치에 매각했다.
1부 리그에서 2부 리그로 떨어진 마틴은 이후 하부 리그를 전전했다. 입스위치에선 세 시즌 간 106경기 6골 18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핵심으로 활약했다. 이후 2013-14시즌 밀월로 향했고 2015-16시즌 팀의 강등과 함께 3부 리그로 떨어졌다.
2015-16시즌엔 프로 축구의 마지노선인 4부 리그까지 경험했다. 노스햄튼 타운으로 임대를 떠났고 10경기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이후 질링엄, 엑스터 시티 등 3부 리그와 4부 리그 사이에 있는 팀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다 이번에 5부 리그에 정착했다.
사실 세미 프로 리그를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22시즌 6부 리그에 해당하는 엡스플릿 유나이티드에서 1년간 활약한 경험이 있다. 만 34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마틴은 28경기 5골을 기록하는 등 '프로 선수'의 품격을 보여줬다. 어느덧 15번째 클럽에 정착한 마틴은 조용하지만 오랫동안 축구에 대한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