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이 채 안 되는 승률(.298)로 전반기를 마감한 한화는 후반기 들어 한결 나아진 성적을 거두고 있다. 아직 후반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후반기 첫 14경기에서 6승7패1무(.462)로 5할에 근접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8월 들어서는 3승3패로 딱 5할이다.
새 외국인 투수들의 본격 가세, 부상자들의 복귀 등으로 팀 전체적인 경기력에 짜임새가 더해졌다. 지더라도 전반기처럼 무기력하게 지는 경기는 많이 찾아보기 어렵다. 전반기 내내 선수단 전체에 울분과 함께 쌓인 경험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승리의 경험을 조금씩 공유하기 시작했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든 나쁘지 않다.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선수단에는 분명 박수를 보내야 한다.
아쉬움도 나온다. 시즌 개막을 함께 한 두 외국인 투수(닉 킹험‧라이언 카펜터)만이라도 건강하게 뛰었다면 적어도 지금 성적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라미레즈와 페냐의 가세 이후 팀 마운드가 안정됐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한화의 후반기 성적에 긍정적인 면을 찾을 수는 있어도, 지나친 낙관은 위험하다. 지난 과거는 한화의 후반기에 속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화는 꽤 오랜 기간 리빌딩 팀이었다. 한용덕 감독 체제였던 2018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며 한을 풀었지만, 이는 팀의 구조적 강인함보다는 베테랑 선수들의 마지막 불꽃이었다는 게 2019년 고스란히 드러났다. 2019년 시즌 초반부터 팀이 추락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한화에게 익숙한 '리빌딩'이라는 단어가 다시 튀어나왔다. 육성 성과가 크지 않았던 이 팀에는 '리툴링'이라는 단어조차 사치였다.
그런 한화는 매년 악전고투를 거듭했다. 2019년 0.403의 승률로 9위에 머물렀고, 2020년에는 승률 0.326으로 리그 꼴찌였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선임하고 본격적인 리빌딩에 돌입한 지난해 승률도 0.371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해까지 지난 3년을 보면 유사한 구조도 찾아볼 수 있다. 상저하고의 양상이었다.
한화는 2020년 전반기 19승54패1무(.260)를 기록했다. 전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사라졌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27승41패2무(.397)로 한결 나았다. 지난해에도 전반기에는 29승50패(.367)에 머물렀다. 다만 후반기 승률은 0.377로 소폭 나아졌다. 후반기의 나아진 성적은 다음 해 기대를 품는 요소로 이어졌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 또 꼴찌였다.
애써 경험치를 먹인 선수들은 몇몇을 빼놓고는 뻗어나가지 못했다. 젊은 선수들 상당수가 산발적으로 좋은 모습을 선보이며 한화 팬들의 기대를 부풀렸으나 그 기세가 곧 사라지며 지금은 무엇을 하는지도 모를 선수가 꽤 많다. 모든 수치와 모욕을 참고 인내의 시간을 가졌지만 그 결과물이 마땅치 않은 셈이다. 그런 과정이 3년 이상 쌓이니 한화의 모든 선수들은 이제 지는 것에 익숙해졌다.
올해 한화가 후반기 선전한다면 이는 구단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를 위해서도 긍정적인 일이다. 3연전 기준 한 경기도 이기기 힘들었던 시기 내내 선수단을 놓지 않았던 팬들을 위해서라도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야 함은 물론이다.
다만 그것이 "이대로 가면 내년에는 해볼 만하다"는 착각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지난해에도 "1년 더 키운 뒤 승부를 걸자"는 안일한 생각이 올해 전반기 최하위 추락의 참사로 이어졌다. 키워서 상위권에 못 갔다면, 향후 2~3년간 FA 시장 참전은 필수이자 의무다. 샐러리캡은 텅텅 비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