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양석환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납득하기 어려운 판정에 양석환(31, 두산 베어스)이 결국 분노를 참지 못했다. 심판을 향해 욕설까지 내뱉으며 살얼음판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
양석환은 11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에 3번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했다. 경기 전까지 8월 타율이 0.143(21타수 3안타)에 그치면서 타점이 단 하나도 없을 정도로 최근 심각한 타격 부진에 빠져 있었다. 그래도 김태형 두산 감독은 양석환을 계속해서 중심 타선에 기용했다. 4번타자 김재환이 최근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라 양석환마저 빼면 중심 타선이 너무 헐거워진다고 판단해서다. 지난해 28홈런을 친 타자인 만큼 이른 시일 안에 슬럼프에서 벗어나길 기대했다.
기대와 달리 양석환은 이날도 좀처럼 공을 맞히질 못했다. 경기 초반 3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치며 답답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10일 잠실 NC전에서도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터라 타석에 설수록 양석환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2-2로 맞선 8회말 양석환에게 마지막 기회가 왔다. 선두타자 정수빈이 볼넷을 얻고, 김대한이 희생번트를 대 1사 2루를 만들었다. NC는 좌완 김영규를 우완 김시훈으로 교체하면서 우타자 양석환에 대응했다.
양석환은 시작부터 볼카운트 0-2로 몰렸다. 그리고 3구째 김시훈의 시속 146㎞짜리 높은 직구에 방망이를 돌리려다 멈췄다. 양석환은 당연히 배트가 돌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중계 화면상으로 봐도 배트 헤드가 돌지 않은 게 확연히 보였다.
그런데 박근영 1루심은 배트가 돌았다고 선언했다. 양석환은 공 3개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게 됐고, 2사 2루로 상황이 바뀌었다. 양석환은 황당했는지 배트를 바닥에 떨어뜨린 채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곧장 더그아웃을 박차고 나와 1루심에게 향했다. 양석환을 대신해 어필한 건데, 결과를 바꿀 순 없었다. 김 감독은 황당해하면서도 금방 더그아웃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양석환은 좀처럼 분을 삭이지 못했다. 김 감독이 어필을 끝낸 뒤에도 1루심을 노려보며 한참을 타석 옆에 서 있었고, 강석천 수석코치가 진정시키러 나오자 그제야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더그아웃으로 가면서도 양석환은 1루심을 주시했다. 이때 고함을 지르며 욕설을 내뱉는 입 모양이 그대로 중계 화면에 잡혔다. 더그아웃 안쪽으로 들어가서도 헬멧을 던지는 등 계속해서 분노를 표출했다. 두산이 쫓아가는 흐름에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식었고, 다음 타자 페르난데스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추가 득점 기회가 완전히 무산됐다.
양석환은 9회초 수비를 하러 나왔을 때도 여전히 표정이 굳어 있었다. 1루심과 불편한 동행이 계속됐고, 결국 벤치는 양석환을 빼고 강승호를 1루수로 교체 투입했다.
선수가 욕설을 내뱉고, 헬멧을 던지는 행동이 야구팬들에게 보기 좋을 리 없다. 양석환 개인의 화를 참지 못해 팀 분위기 전체를 망친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오심은 가능한 나와선 안 된다. 시즌 막바지 가을야구 막차를 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한 지금 떠안는 1패는 탈락으로 직결될 수도 있다. 만약 스윙이 인정되지 않아 볼카운트 1-2 상황이 이어졌다면, 양석환 타석의 결과는 물론 이날 경기 결과까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만큼 판정 하나의 영향력이 크다.
두산은 이날 2-3으로 져 3연패에 빠졌다. 6위 두산은 시즌 성적 43승53패2무에 그쳐 7위 NC(42승53패3무)에 0.5경기차로 쫓기고 있다. 5위 KIA 타이거즈와는 5경기차로 벌어졌다. '미라클'을 외치던 두산은 최근 3연패로 큰 치명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