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58㎞를 뿌리며 7이닝을 먹었다. 딱 2점만 내줬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 호투다. 보통 이렇게 던지면 승리투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삼성 알버트 수아레즈(33)는 아니다. 또 울었다. 타선 지원도, 불펜의 지키기도 없다. 수아레즈만 등판하면 이렇다. 완투·완봉 아니면 답이 없는 수준이다.
삼성은 23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KBO리그 정규시즌 SSG와 2연전 첫 번째 경기에서 8회초까지 3-2로 앞섰으나 8회말에만 대거 5실점하며 3-7로 패했다. 이길 수 있었던, 이겨야 했던 경기를 잡지 못했다. SSG의 짜릿한 역전승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선발 수아레즈는 강력했다. 7이닝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의 QS+ 피칭을 일궈냈다. 최고 시속 158㎞-평균 시속 155㎞의 강속구가 불을 뿜었다. 투심도 최고 시속 156㎞-평균 시속 154㎞가 나왔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날카로웠다.
특히 7이닝을 먹은 것이 반갑다. 지난 5월8일 사직 롯데전 이후 107일 만이다. 투구수가 많은 편이기에 소화 이닝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이날은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들어가면서 공을 아꼈고, 7회까지 막아냈다. 투구수 딱 100개로 많았던 것도 아니다.
이 정도로 던졌으면 대체로 승리투수가 되는 편이다. 요건을 갖추기는 했다. 7회까지는 타선이 딱 2점만 냈다. 스코어 2-2 동점. 8회초 강민호가 대타로 나서 솔로 홈런을 폭발시켜 3-2가 됐다. 수아레즈가 마침내 시즌 5승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마지막 승리가 6월25일 대전 한화전이다. 59일 만에 5승이 보이는 듯했다.그러나 ‘승리의 신’은 수아레즈 편이 아니었다. 8회말 좌완 이승현-우규민-이상민이 올라와 대거 5점을 내줬다. 우규민이 한유섬에게 역전 2타점 2루타를 맞았고, 이상민이 김강민에게 쐐기 3점포를 얻어 맞았다. 3-2에서 순식간에 3-7이 됐다. 우규민이 패전투수가 됐고, 수아레즈는 또 승패 없음으로 끝났다.
타선도 아쉬웠다. 8회까지 득점권에서 9타수 2안타에 그쳤다. 그나마 2안타 중에 1개는 적시타가 아니라 진루타다. 전체적으로 총 12안타를 쳤는데 딱 3점. 강민호의 솔로포를 빼면 11안타로 2점이다. 2루 혹은 3루까지는 가는데 홈이 멀고 또 멀다. 득점이 안 되니 경기가 어렵다.
이날만 그런 것도 아니다. 수아레즈는 올 시즌 23번 등판해 퀄리티스타트(QS)가 13번이다. 56.5%다. 이 13번에서 단 2승이다. 심지어 3패까지 있다. 그만큼 타선이 수아레즈를 도와주는 점수를 뽑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삼성이 9위로 처진 이유 가운데 하나다.
올 시즌 불펜이 수아레즈의 승리를 날린 경기가 9경기나 된다. 시즌 4승이 아니라 13승을 달리는 중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랬다면 다승 공동 선두다. 이제 수아레즈가 승리투수가 되려면 완투를 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오롯이 혼자 책임지지 않으면 믿을 투수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잔인한 현실이다. 적군과 싸우기도 바쁜데 아군 때문에 운다. 2022년 삼성에서 가장 외로운 남자를 꼽자면 수아레즈가 꽤 유력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