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좌익수 송승환이 24일 잠실 kt전에서 7회초 박병호의 파울타구를 놓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고봉준 기자] 무기력한 경기였다. 점수 차이는 얼마 나지 않았지만, 게임 결과는 일찌감치 예견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방적인 승부가 전개됐다.
한때 KBO리그를 호령하던 두산 베어스가 극심한 무기력증으로 빠졌다. 8위 두산은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홈경기에서 1-5로 졌다. 최근 2연패로 이제 하위권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무언가를 해보지도 못하고 당한 패배였다. 이날 두산 타선은 상대 선발투수 고영표에게 경기 내내 막혀 6안타만을 뽑아냈다. 그마저도 산발해 경기 내내 이렇다 할 찬스를 잡지 못했다.
나와서는 안 될 장면도 여럿 연출됐다. 먼저 0-2로 뒤진 3회초 2사에서 1루 주자로 나가 있던 정수빈이 견제아웃됐다. 고영표의 빠른 견제구와 1루수 박병호의 날렵한 태그로 그 자리에서 횡사했다. 당황한 정수빈은 곧장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원심은 바뀌지 않았다.
누상에서의 황당한 죽음은 4회에도 나왔다. 1사 2·3루 절호의 찬스. 여기에서 양석환이 유격수 직선타를 기록했는데 3루 앞에서 갈팡질팡하던 주자 안재석이 유격수 심우준의 송구로 아웃되고 말았다.
이는 수비수가 공을 놓칠 가능성을 생각해 쉽게 귀루하지 못한 안재석의 판단 미스였다. 만약 유격수가 포구하지 못하더라도 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횡사는 결정적이었다.
나가 있는 주자마저 계속해 사라진 두산의 무기력함은 이어졌다. 6회 선두타자 정수빈이 2루수 오윤석의 포구 실책으로 1루를 밟자 김태형 감독은 강승호 대신 김재환을 대타로 내세우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김재환은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났고, 김인태와 안재석 모두 삼진을 당해 1점도 내지 못했다.
기회를 살리지 못한 두산은 결국 7회 2사 2루에서 이승진이 앤서니 알포드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으면서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두산의 최근 행보는 이달 초반 흐름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당시 6위였던 두산은 5~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2승1패를 기록하고 5위 KIA를 4.5경기 차이로 바짝 뒤쫓았다. 경기 내용도 준수했지만, 무엇보다 백업들의 활약이 돋보이며 다시 기적을 쓰는 것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도 나왔다. 이른바 '미라클 두산'의 재현이었다.
그러나 이후 두산은 주축 선수들이 연쇄 부진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고, 결국 6위에서 8위까지 밀려나고 말았다. 특히 이날 6위 롯데 자이언츠가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2-1로 이기면서 격차는 1.5경기에서 2.5경기로 벌어지게 됐다.
2015년 김태형 감독이 처음 지휘봉을 잡은 두산은 이후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전무후무한 대업을 쓰며 KBO리그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4위로 출발한 가을야구에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며 특유의 저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2022년 8월의 두산은, 기적을 쓰기에는 힘과 기술 모두가 모자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