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0·토트넘)이 교체 지시에 그라운드에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은 과거에도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손흥민이 불만을 터트릴 법도 했다. 유독 이번 4라운드 경기서는 손흥민을 향해 패스가 많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올 시즌 첫 골을 터트리지 못한 상황에서 동료들의 도움이 필요했던 손흥민은 결국 분을 참을 수 없었다.
토트넘은 29일(한국시간) 영국 노팅엄 더 시티 그라운드에서 열린 노팅엄 포레스트와 2022~2023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케인의 멀티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토트넘은 개막 후 4경기 연속 무패 행진과 함께 3승 1무(승점 10점)로 리그 3위에 자리했다.
팀은 순항하고 있지만, 지난 시즌 득점왕에 빛나는 손흥민은 시련의 시기를 겪고 있다. 4경기 연속 선발 출장했지만 아직 골을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는 해리 케인은 이날도 2골을 넣으며 득점 부문 공동 2위로 올라섰다. 만약 해리 케인이 후반 11분 실축한 페널티킥까지 성공시켰다면 득점 부문 단독 2위로 올라설 뻔했다.
콘테 감독은 팀이 1-0으로 앞선 후반 29분 이반 페리시치와 손흥민을 함께 빼는 대신 라이언 세세뇽과 히샬리송을 동시에 교체 투입했다. 손흥민은 이례적으로 교체 사인을 확인한 직후부터 벤치에 앉은 뒤에도 짜증섞인 표정과 함께 불만을 표출했다.
당연히 손흥민은 더 그라운드에서 뛰고 싶었을 것이다. 더욱이 팀은 1-0으로 앞선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수비수도 아닌 공격수 쪽에서 하필 첫 번째 교체의 주인공이 자기 자신이었다. 골을 간절히 원했던 손흥민은 사령탑의 교체 지시를 쉽게 납득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모든 게 손흥민의 탓이라고도 볼 수 없다. 이날 경기서 유독 손흥민을 향해 공이 많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록으로도 증명된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스코어에 따르면 이날 손흥민은 26차례 밖에 볼 터치를 기록하지 않았다. 패스가 많이 가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볼 터치 횟수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지난 시즌 손흥민의 리그 평균 볼 터치 횟수(48차례)와 비교해 봐도 현저하게 떨어지는 수치다.
올 시즌만 놓고 봐도 손흥민은 앞서 사우스햄튼과 1라운드에서는 55차례 볼 터치에 성공했다. 이후 첼시와 2라운드에서는 29차례, 울버햄튼과 3라운드에서는 39차례 볼 터치를 각각 기록했다.
물론 적은 볼 터치 횟수에도 불구하고 귀신같이 골을 터트리는 공격수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맨체스터 시티에서 득점 단독 선두(6골)를 질주하고 있는 '괴물' 엘링 홀란드가 그렇다. 하지만 축구에서 공격수들은 패스가 많이 와야 득점 가능성도 당연히 높아진다.
손흥민이 패스를 주지 않은 동료에게 아쉬움을 표현한 대표적인 장면은 이날 후반 34분에 나왔다. 손흥민과 케인, 피에르 호이비에르가 삼걱 편대를 이루며 역습 공격을 펼치는 상황. 가운데에 있던 케인이 오른쪽에서 침투하던 호이비에르에게 패스를 열어줬다. 이어 호이비에르가 치고 들어간 뒤 페널티 박스 오른쪽 대각선 지점에서 오른발 슈팅을 때렸으나 옆그물을 때렸다. 바로 이 순간, 반대 방향에는 거의 노마크였던 손흥민이 서 있었다. 만약 손흥민에게 패스가 갔더라면 충분히 득점도 가능한 상황. 손흥민은 이 장면에서도 계속해서 짙은 아쉬움을 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