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휴스턴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댈러스 카이클(34)은 2014년을 기점으로 정상급 선발자원으로 거듭났다. 그리고 2015년에는 33경기에서 232이닝을 던지며 20승8패 평균자책점 2.48이라는 호성적으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집어삼켰다.
강력한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까지는 아니었지만 좋은 제구와 커맨드, 그리고 수준급 변화구 구사 능력과 상대 타자들을 좌절하게 하는 멋진 수비까지 앞세워 승승장구했다. 카이클은 2017년 14승, 2018년에도 12승을 거두며 견실한 선발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2020년 시즌을 앞둔 선발투수 FA 시장에서도 상위권 랭커였다. 게릿 콜(뉴욕 양키스)과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가 최대어로 뽑히는 등 우완이 강세를 보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빈약했던 좌완 선발을 대표하는 선수가 바로 류현진(35‧토론토)과 카이클이었다. 두 선수 중 누가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며 좌완 최대어가 될지도 당시의 흥미로운 논쟁이었다.
하지만 카이클은 FA 시장에서 생각보다 고전했고,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3년 총액 5550만 달러 계약을 한 뒤는 더 내리막을 타고 있다. 왜 많은 팀들이 선뜻 카이클에게 지갑을 열지 않았는지가 최근 3년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카이클은 화이트삭스에서의 2년 반 동안 51경기(선발 49경기)에 나가 17승16패 평균자책점 4.79에 그쳤다. 이 기간 합산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는 0.9에 머물러 최악의 계약이 됐다. 화이트삭스가 남은 연봉을 다 지불하면서까지 서둘러 방출을 결정한 배경이다.
카이클은 이후 애리조나와 계약을 했지만 네 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64라는 최악의 성적을 남긴 채 다시 방출됐다. 이번에는 텍사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했지만 팀 데뷔전이었던 디트로이트와 경기에서 5⅓이닝 11피안타 7실점 부진으로 다시 고개를 숙였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8.84까지 치솟았다. 올해 2승8패에 그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내년에는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도 장담할 수 없는 혹독한 처지다. 삼진 비율이 높은 선수가 아니었는데 정타의 비율이 지난해에 비해 6%나 오른 40.4%에 이르면서 버티지 못하고 있다. 볼넷도 예전보다 더 많이 허용하고 있다. 분명 운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싱커의 평균구속이 한창 좋을 때마다 2마일 이상 떨어진데다 인플레이타구가 많다는 점에서 이제는 생존 전략을 다시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