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손세이셔널' 손흥민(토트넘)이 안방에서 레스터시티(6대2 승)를 상대로 긴 침묵을 깨고 눈부신 '13분 해트트릭'과 함께 다시 날아오른 날, 휘슬 직후 쏟아지는 축하 세례 속에 '맨 오브 더 매치' 손흥민을 졸졸 쫓아다닌 '직캠'에서 손흥민과 가장 오래 긴 포옹을 나눈 이가 있었다.
개막 후 리그 6경기에서 침묵한 손흥민의 마음고생을 누구보다 깊이 짐작한 아버지 손웅정 감독 등 가족들만큼이나 손흥민의 신체적, 심리적 컨디션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꿰뚫어 지켜봐온 '토트넘 피트니스 전문가' 지안 피에로 벤트로네 코치였다.
라커룸을 향하는 터널로 들어가기 전, 터치라인에 서 있는 벤트로네 코치를 발견한 손흥민은 20초간 진한 사나이 포옹을 나눴다. 이탈리아 출신의 피트니스 코치 벤트로네는 토트넘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온 스태프이자, 손흥민과 선수들이 가장 믿고 사랑하는 인물이다.
레스터시티 원정을 떠나기 전 마지막 훈련 직후 손흥민은 벤트로네와 격의 없는 수다를 떨면서 부담감을 날렸다. "정말 편안하고, 정말 감사한 분위기를 만들어줬다"고 했다.
손흥민은 벤트로네 코치에 대한 질문에 "그는 킬러다. 나는 지안 피에로와 정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그의 영어가 완벽하진 않지만 가끔 전화를 해 이탈리아어를 영어로 번역해 대화를 나눈다"며 미소 지었다."이건 많은 의미가 있다. 그는 축구적인 지혜는 없을지 몰라도 인생의 지혜를 지닌 분이다. 내게 좋은 조언을 정말 많이 건네주는 분이다.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고개 숙였다. "그는 정말 큰 도움을 줬다. 힘든 시기에 언제나 빅허그로 나를 안아줬다. 가장 좋은 순간에도 그는 언제나 나와 모든 스태프들 곁에 있었다"고 했다. "심지어 오늘 훈련장과 호텔에서 떠날 때, 우리는 아주 기분좋은 대화를 나눴는데 그것이 내게 정말 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들게 했다"며 감사를 전했다.
손흥민은 벤트로네와의 포옹신 설명에 이어 첫 골 직후 관중을 응시한 채 얼음처럼 서 있었던 노세리머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일각에선 서거한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를 애도하는 세리머니라는 추측도 일었지만 손흥민은 "여왕님께 바친 거냐고? 아니다. 그녀를 떠올린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진심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했다. "영국민은 아니지만 여왕 서거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정말 슬픈 뉴스였다. 그녀가 오랫동안 여왕 자리에 있었기에 나는 그녀가 영원하리라고 생각했었다"며 깊은 애도를 전했다. "셀레브레이션에 대해 말하자면 그냥 움직일 수가 없었다. 굉장히 감정이 복받쳐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냥 서 있었다. 하늘을 보고 관중을 바라봤다. 머릿속에 마음속에 모든 가족, 모든 스태프, 동료들, 모든 서포터들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렇게 서 있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이어 "나는 축구를 사랑하기 위해 태어났다. 축구와 사랑에 빠졌고 여전히 축구를 너무나 사랑한다. 집에서도 늘 축구와 관련해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한다"고 했다. "나는 공격수이고 골을 넣지 못하는데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나. 믿을 수 없이 좋은 찬스을 잡아 골을 넣고 찬스를 만들지 못하면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나. 내가 골을 넣지 못하고도 행복하다면 아마도 이곳에 있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가끔 집에 갈때 우리가 경기를 이겨도 나는 내 경기력이 좋지 못하면 슬프다.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는 곳, 내가 어떻게 실수를 줄이고 찬스를 놓치지 않을지 나는 축구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것이 나를 이곳에 있게 만들었고, 그것이 내가 여기 있는 이유이기 때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전히 나는 축구를 사랑한다. 아무리 힘든 순간에도 나는 축구가 좋다. 내가 여기 있는 이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