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됐다. 못 치겠다.”
LG의 최근 은근한 걱정은 중간계투진의 핵심 중 한 명인 정우영의 침체였다. 정우영은 8월 11경기서 1패7홀드 평균자책점 6.43, 9월에는 20일 광주 KIA전 직전까지 6경기서 1홀드 평균자책점 4.91이었다.
그러나 정우영은 화려하게 정우영답게 돌아왔다. 2-1로 앞선 8회말 1사 만루 위기서 김선빈을 3루 땅볼, 박동원을 1루 땅볼로 돌려세웠다. 정우영의 부활에는 포수 유강남의 지분도 있었다. 유강남은 시종일관 정우영을 “하체 위주로, 낮게”라며 독려했다.
유강남은 “우영이는 원 피치 투수인데, 제구가 문제다. 타깃에 집중하자고 했다. 우영이도 사람이라 체력적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 날도 선선해졌고, 좀 더 좋은 공을 던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유강남은 정우영의 쾌투를 직감했다. “손이 아프더라. 사실 우영이 공이 변화가 심해 잡기 힘들다. 미트 끝으로 잡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손이 정말 아팠다. 짜증날 정도로 아팠다. 그래도 ‘아 됐다. 못 치겠다’ 싶었다. 153km까지 나왔으니까”라고 했다.
정우영도 “사실 이런 시기가 안 올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여름에 체중도 빠지고 힘도 들고 그랬다. 데이터 상으로는 큰 이상은 없다. 다시 좋아지고 있다.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기다. 이제부터 정신 차려야 한다”라고 했다.
유강남은 이날 KIA 션 놀린을 상대로 동점 솔로포를 쳤고, 9회에도 2타점 적시타를 날리는 등 타석에서 맹활약했다. 그러나 알고 보면 투수들이 7회 1사 만루, 8회 1사 만루 위기를 넘기는데 크게 도움을 줬다.
유강남은 올 시즌 초반 타격 부진에 시달렸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방망이가 살아나고 있다. 포수의 가장 중요한 임무, 투수와의 원활한 호흡 역시 돋보인다. 그의 나이는 30세. 잔부상도 거의 없이 123경기를 소화했다. 다가올 겨울, 포수 FA 시장의 다크호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