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시간 동점·역전골 몰아넣고 전북에 2-1 승리…17년만의 우승 눈앞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오늘이 가장 짜릿한 경기였습니다."
시즌 마지막 '현대가 더비'에서 승리해 17년 만의 K리그 우승까지 한 발짝만 남겨둔 울산 현대의 홍명보 감독은 흥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었다.
울산은 8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파이널 A 35라운드 홈 경기에서 후반 추가시간 터진 마틴 아담의 연속골로 전북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선두(승점 72) 울산은 이날 승리로 2위(승점 64) 전북 현대와 격차를 승점 8로 벌렸다.
남은 3개 라운드에서 뒤집어질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이는 격차다. 울산은 1승만 더하면 자력으로 우승한다.
울산의 K리그 우승은 2005년이 마지막이었다. 2019시즌부터는 계속해서 전북에 역전 우승을 내줬다. 홍 감독이 울산 지휘봉을 잡고서 치른 2021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올해도 전북은 울산에 버거운 상대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울산과 전북의 리그 맞대결 전적은 1승 1무 1패였다. 주중 열린 대한축구협회 FA컵 준결승에서는 전북이 울산에 2-1로 이겼다.
울산은 이날 후반 45분이 지날 때까지 0-1로 뒤졌다. 이번에도 패색이 짙어 보였다.
또 한 번 '준우승의 망령'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보기 좋게 짜릿한 역전승을 지휘했다. 후반 29분 투입한 아담이 추가시간에 페널티킥 동점골과 헤더 역전골을 폭발했다.
승리가 확정된 직후 그라운드에서 뛰어다니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던 홍 감독은 경기 뒤 평소처럼 짐짓 무표정하게 기자회견장에 들어왔다.
하지만 살짝 떨리는 목소리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연령별 대표팀과 국가대표팀에서, 또 중국 리그에서 수많은 경기를 경험한 홍 감독은 '감독으로서 가장 짜릿했던 경기를 꼽아보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이날 경기를 꼽았다.
홍 감독은 "오늘이 짜릿하기로 따지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란과 경기(동메달 결정전)에서 4-3으로 승리한 경기"라고 말했다.
한국은 당시 이란에 1-3으로 지다가 4-3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그때보다 이날 '현대가 더비'가 짜릿했다는 얘기다.
홍 감독은 이어 "(오늘 역전골은) 모든 사람이 바라는 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포기하지 않고 울산을 격려해 주신 서포터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주중 FA컵 준결승에서 진 게 '약'이 됐다고도 했다.
그는 "오늘 경기는 전술, 전략보다는 선수들의 정신력이 가장 중요했다"면서 "우리 선수들이 뒤지는 상황에서도 후반전 전북의 득점 기회를 잘 막아내며 버텨냈다. 만약 실점했다면 그대로 무너질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FA컵에서 '멘털 리허설'을 한 게 오늘 승리에 영향을 준 것 같다"면서 "전북을 상대로 이런 승리를 거두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울산이 많이 성장했다"고 힘줘 말했다.
울산은 지난 시즌 전북과 마지막 경기에서 2-3으로 졌고, 이게 전북의 역전 우승으로 이어졌다.
홍 감독은 그 기억을 떠올리며 "그때 상황을 그대로 저쪽에 돌려줘서 기쁘다"고 말했다.
울산의 다음 상대는 포항 스틸러스다. 포항 홈인 스틸야드에서 펼쳐지는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울산은 조기 우승을 확정한다.
홍 감독은 "오늘의 승리는 오늘까지만 즐기겠다"면서 "시간이 별로 없다. 잘 준비해서 포항에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