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인이 친정팀 발렌시아를 상대로 시즌 2호 골을 터뜨린 뒤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미안함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마요르카 구단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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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 마요르타에서 뛰는 이강인(21·마요르카)이 친정팀 발렌시아를 상대로 환상적인 역전 결승골을 터트려 값진 승리를 이끌었다.
이강인은 23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렌시아의 메스타야에서 열린 2022~23시즌 라리가 11라운드 발렌시아와 원정경기에 1-1 동점이던 후반 38분 결승골을 성공시켜 소속팀 마요르카에 2-1 역전승을 선물했다.
지난 8월 28일 라요 바예카노와의 리그 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시즌 마수골이 골을 기록했던 이강인은 8경기 만에 리그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시즌 공격 포인트는 5개(2골 3도움)로 늘었다.
이날 경기는 ‘이강인 더비’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발렌시아는 이강인이 10살 때 유스팀에 합류한 이후 지난해 마요르카로 이적하기 전까지 10년 동안 몸담았던 팀이다. 프로 무대 1군 데뷔전도 발렌시아 유니폼을 입고 치렀다. 그래서 이강인의 감정은 다른 경기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베다트 무리키와 함께 투톱으로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교체없이 풀타임 활약을 펼쳤다. 이날 마요르카는 후반 7분 발렌시아에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줬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떠나 이번 시즌 발렌시아에 합류한 우루과이 대표팀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가 페널티킥을 성공했다.
마요르카는 역시 후반 21분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아마스 은디아예가 페널티지역 안에서 상대 수비수 발에 걸려 넘어져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무리키가 이를 침착하게 골로 연결했다.
마요르카의 결승골은 후반 38분에 터졌다. 주인공은 이강인이었다. 상대 골 지역 왼쪽에서 다니 로드리게스로부터 패스를 받은 이강인 재치있는 속임수 동작으로 수비수 두 명을 제친 뒤 강력한 왼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골을 터뜨리자 동료들은 기뻐하며 이강인을 둘러쌌다. 하지만 이강인은 웃지 않았다. 세리머니도 하지 않았다. 대신 관중석을 향해 두 손을 모아 머리 위로 올렸다. 과거 함께 했던 팬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한 것이었다.
발렌시아 팬들은 이날 이강인이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퍼부었다. 하지만 이강인이 골을 넣는 순간 관중석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다.
이날 골은 카타르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준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의 생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최근 황희찬(울버햄프턴), 황의조(올림피아코스)가 소속팀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이강인의 골은 더 의미있었다.
이강인은 이날 리그 사무국이 선정한 경기 최우수 선수(Man Of the Match)에 뽑혔다. 이강인은 경기 후 현지 방송사 인터뷰에서 “골은 팀 전체가 열심히 노력해서 나온 것이다”며 “오늘 경기에서 이겨 매우 행복하다. 우리는 열심히 싸웠고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발렌시아는 10년 동안 내게 많은 도움을 주고 내가 어렸을 때부터 성장한 클럽이라 골을 넣었을 때 아쉬운 마음도 있었다”며 “하지만 내가 할 일은 지금 속한 팀을 위해 뛰는 것이고 우리 팀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마요르카는 이강인의 결승골 덕분에 4경기 무승(1무3패)을 끊고 5경기 만에 승수를 추가했다. 3승3무5패 승점 12를 기록, 리그 20개 팀 중 12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