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4년을 뛰어 우리 팬들에게 잘 알려진 메릴 켈리(35‧애리조나)지만, 정작 미국 내에서 전국적인 인지도를 가진 투수는 아닐지 모른다. 기본적으로 지역적 성향이 강한 메이저리그인데다 메이저리그 경력 자체도 짧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 켈리는 2023년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자신의 전국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4년간 메이저리그에서 36승을 거둔 켈리는 22일 오전 8시(한국시간)부터 열릴 일본과 WBC 결승전에 선발로 나갈 계획이다.
미국은 이번 대회에 막강 타선을 구축했고, 불펜 수준도 높은 편에 속한다. 반대로 선발진은 다소간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미국 국적 투수들이 대거 시즌 준비 탓에 불참을 선언한 탓이다. 그 와중에 켈리가 이 호화 군단을 대표해 결승전에 나간다는 것은 이색적이다. 4년 전까지만 해도, 아니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다.
자연히 켈리의 경력이 야구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언론들의 조명도 제법 받는 편이다. 스포츠전문매체 '스포팅뉴스'는 21일(한국시간) 켈리의 선수 경력을 조명하는 장문의 칼럼을 게재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켈리의 야구 인생을 총망라했다. 당연히 KBO리그에서 뛰었던 이야기도 있었다.
켈리는 'CUT4'와 인터뷰에서 "처음 (계약으로) 접촉했을 때는 KBO리그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나는 일본프로야구(NPB)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고, 오랫동안 일본에서 뛴 선수들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KBO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었고, 한국에 프로리그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했다.
'스포팅뉴스'는 '그는 한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했다. 그는 언어도 구사하지 못했고, 훈련 일정과 음식도 달랐으며, 여자친구는 여전히 미국에 살면서 유치원 교사로 일했지만, 팀 동료들이 그가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것을 도왔다고 말했다'면서 '해가 거듭될수록 켈리는 나아졌다. 한국에서 있던 기간 동안, 그는 탬파베이에서 던졌던 90마일 초반대 구속에서 최고 97마일까지 구속을 높였다'고 켈리의 성장 과정을 설명했다.
켈리는 그동안 수차례 한국에서의 프로 인생이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키고, 경력에 도움이 됐다고 고마워했었다. 그런 켈리는 2019년 시즌을 앞두고 애리조나와 2+2년 계약을 하며 꿈에도 그리던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고, 이제는 잭 갤런과 더불어 애리조나의 원투펀치까지 급성장하며 대기만성형 선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켈리의 어깨는 무겁다. 미국은 대회 2연패를 노리고, 일본의 기세는 매섭다. 켈리가 첫 3이닝 정도를 잘 막아줘야 남은 불펜으로 일본을 가로막을 수 있다. 만약 이 경기에서 잘 던진다면 켈리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