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부산 사직구장.
2-0 리드 속에 6회초 공격을 마친 KIA 타이거즈 김종국 감독은 야수 대거 교체에 나섰다. 선발로 나섰던 김도영 박찬호 김선빈 소크라테스가 벤치로 들어왔고, 그 빈자리는 변우혁 김규성 최종용 이우성이 채웠다. 승패에 크게 연연할 필요가 없는 시범경기, 이날 포함 두 경기만을 남겨둔 가운데 조금이나마 백업 자원들에게 실전 감각을 쌓아주기 위한 배려였다.
이어진 6회말 수비. 롯데는 KIA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김승현을 상대로 안치홍이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뽑아내면서 추격의 불씨를 당겼다. 이어진 전준우 타석에서 나온 깊은 코스의 유격수 땅볼, 김규성이 변우혁이 지키는 1루로 공을 뿌렸으나 타깃을 빗나가는 실책이 되면서 주자가 쌓였다. 김승현이 한동희에게 좌전 적시타를 내주면서 실점하자 KIA 벤치는 김대유를 마운드에 올렸다.
김대유는 고승민과의 승부에서 2루 견제를 시도했다. 그런데 공이 뒤로 빠졌다. 여기까진 시즌 중에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장면. 그런데 중견수 이우성이 굴러온 공을 놓치는 어이없는 실수를 범했다. 그 사이 2루 주자 전준우가 홈까지 내달렸고, 1루 주자 한동희도 3루를 밟았다. 고승민의 중전 적시타로 KIA는 결국 역전을 허용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어진 무사 1루에서 정 훈에게 중전 안타를 내준 김대유는 박승욱이 친 땅볼을 1루로 연결했으나, 송구가 뒤로 빠졌고, 주자들이 내달리면서 다시 실점으로 연결됐다. 한 이닝에서만 3개의 실책이 쏟아졌고, KIA는 이어진 희생플라이 등을 포함해 무려 6점을 헌납했다. 7회말 1루수 변우혁이 평범한 뜬공을 놓치는 실책에 이어 8회말 땅볼 타구까지 놓치는 장면까지 더해져 KIA는 이날 5개의 실책을 쏟아내며 2대6으로 역전패 했다.
겨우내 '무한경쟁'을 강조해왔던 KIA다. 영원한 주전, 백업은 없는 법. 오로지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하고 최고의 컨디션을 만드는 이에게 출전 기회를 주겠다는 확고한 방침을 세우며 시즌을 준비해왔다. 시범경기 끝자락에 다다랐음에도 사령탑은 안방 뿐만 아니라 코너 내야, 외야 한 자리, 선발 로테이션과 불펜 조합 등 다양한 과제에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시즌에 돌입해 지난해 아쉽게 돌아섰던 가을야구 더 높은 곳을 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27일 부산 롯데전에서 보여준 KIA의 모습은 이런 의지와 동떨어져 있었다.
롯데 타자들은 이날 단타성 타구를 치고도 2루까지 뛰면서 KIA를 압박했다. 시범경기에서의 과감한 시도보다는 한 발짝 더 나간 플레이. 오랜만의 야간경기라 치부하기 부끄러운 수준 이하 실책을 쏟아낸 KIA의 모습과 더 대비될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간절함 없는 야구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