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에서 국가대표 경기가 열렸을 때, 상대 팀이 세트피스를 준비할 때 야유가 울려펴지는 것은 축구 팬들에게 익숙한 일이다.
28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친선경기에서도 그랬다. 우루과이가 코너킥을 준비할 때도 상암에 운집한 수 만 관중이 야유를 쏟았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울려퍼진 야유는 평소보다 더 컸다. 경기를 멈추고 시선을 집중시킨 우루과이 세트피스 키커가 페데리코 발베르데였기 때문이다.
발베르데는 2017년 대전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에서 눈을 찢는 인종차별적 행위를 비롯해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이강인에게 거친 행동을 저지르면서 한국 축구 팬들의 반감이 가득하다.
김민재는 우루과이와 경기를 앞두고 발베르데에 대한 물음에 "안 좋은 상황들이 많이 일어났는데 감정을 담으면 안 될 것 같고, 이기면 그 선수가 화가 날 것 같고 이기는 게 최고의 복수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국 팬들은 이날 경기 전 발베르데가 중계 화면에 잡혔을 때부터 야유를 합창했다.
이어 경기에 돌입한 뒤 전반 7분 발베르데가 코너킥을 준비하자 한국 팬들은 목청 높여 발베르데를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묵직하면서도 정확한 킥이 장점인 발베르데는 코너킥을 골라인 바깥으로 보냈다.
3분 뒤 우루과이에게 두 번째 코너킥이 선언됐다. 발베르데가 코너킥을 준비하자 다시 한국 팬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그러나 첫 번째 코너킥과 달리 발베르데가 날린 공은 페널티박스 안으로 날카롭게 휘어 날아갔다. 세바스티안 코아테스가 머리에 맞혀 골망을 흔들었다.
우루과이가 1-0으로 앞서가면서 일순간 상암 월드컵경기장이 침묵했다. 발베르데는 두 손으로 주먹을 불끈쥐었다. 공교롭게도 발베르데의 몸은 한국 관중석을 향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