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내일 챔스리그 결승전
‘단기전 왕’ 인테르밀란과 격돌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는 돈으로 사지 못한다.” 지난 10여 년 전부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릴 때마다 유럽 축구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중동의 ‘오일 머니’가 본격적으로 유입된 이후부터다. 석유 자본을 등에 업은 팀들은 손쉽게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유럽 왕을 다투는 챔피언스리그에서만큼은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워낙 변수가 많은 단기전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아랍에미리트(UAE) 투자개발 그룹에 2008년 인수된 뒤 EPL 우승은 6번이나 했지만 아직 ‘빅이어’(챔피언스리그 트로피)가 없다. 2011년 카타르 국부펀드 자회사(스포츠 인베스트먼트·QSI)에 인수된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도 마찬가지. 2021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한 뉴캐슬은 다음 시즌에야 인수 후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다.
‘오일 머니’가 넘볼 수 없는 성역으로 여겨졌던 빅이어가 이번에는 굴복할 것인지 한국 시각으로 11일 오전 4시에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판가름 난다. 맨시티는 숙원을 풀기 위해 시즌을 앞두고 1억유로(약 1346억원)를 들여 당대 최고 공격수 엘링 홀란(23·노르웨이)을 영입했다. 홀란은 올 시즌 EPL 최다골 신기록(36골)과 함께 컵대회까지 합쳐 52골을 몰아 넣으면서 맨시티에 EPL 우승과 잉글랜드 FA컵 우승컵을 안겼다. 이제 남은 건 챔피언스리그. 맨시티는 조별리그 포함, 12경기 무패(6승6무)로 결승까지 파죽지세로 올라왔다. 구단주 셰이크 만수르(53)가 그토록 바라던 빅이어를 드디어 손에 넣을 기세다.
결승 상대인 이탈리아 명문 클럽 인테르 밀란이 결코 만만하지는 않다. 전문가와 도박사들이 모두 맨시티 우승을 점치지만 ‘단판의 사나이’라 불리는 시모네 인자기(46·이탈리아) 감독은 비장의 무기가 있다. 그는 인테르에서 지난 2시즌 연속 토너먼트인 코파 이탈리아(FA컵)와 수페르코파 이탈리아나(수퍼컵)를 모두 거머쥐었다. 단기전에서만큼은 상대가 예상치 못한 선발 라인업과 전술을 내세워 허를 찌른다. 지휘봉을 잡은 뒤 8번의 컵대회 결승전에서 7번 승리할 정도로 승부사다. 인테르가 지금껏 챔피언스리그에서 3차례 우승한 관록의 팀이란 점도 무시 못한다. 전통 역시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다.
페프 과르디올라(52·스페인) 맨시티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어떤 성적을 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90분 동안 우리는 그들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인자기 인테르 감독은 “트로피를 위해 경기 내내 즐기겠다”고 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