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맨체스터 시티의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 나선 손흥민이 후반 10분 전매특허인 왼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시즌 첫 골을 신고했다. [로이터 = 연합뉴스]"우리는 여기서 경기를 잘하는데 항상 똑같은 방식으로 진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강 팀 맨체스터 시티의 페프 과르디올라 감독이 15일(현지시간) 토트넘 홋스퍼와의 개막 원정경기에서 패한 뒤 아쉬움을 토로했다.
맨시티는 이날 경기까지 토트넘 홈구장에서 연거푸 네 번이나 0대1 패배를 당했다. 네 경기 모두 결승골의 주인공은 손흥민(29)이었다.
손흥민은 이날 오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022 EPL 1라운드 맨시티와의 홈 개막전에서 후반 10분 시즌 1호골을 터뜨렸다. 토트넘이 1대0으로 승리하면서 손흥민은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됐다. 동시에 1라운드에서 가장 빛난 EPL 베스트11에 선정됐다.
손흥민이 2015년 토트넘으로 이적한 이래 홈 개막전에서 골을 넣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로지 개인 능력으로 만들어낸 환상적인 골이었다. 역습 상황에서 경기장 우측으로 침투하던 손흥민은 스테번 베르흐베인의 패스를 받았다. 맨시티의 수비 전환이 완벽하게 이뤄지진 않았지만 이미 수비수 세 명이 들어와 있었고 나탄 아케가 손흥민을 막아섰다. 손흥민은 망설임 없이 양발로 속임수 동작을 취한 뒤 경기장 중앙 지역으로 치고 들어갔다. 이어 순간 스피드로 수비와 거리를 벌린 뒤 페널티 박스 바깥 중앙 지역에서 왼발 슈팅을 날렸고 공은 바닥으로 낮게 깔리며 골대 안 왼쪽 구석에 꽂혔다. 지난 시즌 30개 팀 중 최소 실점을 기록한 골키퍼 에데르송이 반응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날카로운 슈팅이었다.
시즌 첫 경기에서 보여준 손흥민의 슈팅은 한층 더 정교해져 있었다. 골 장면 외에도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전반 40분 역습 상황에서 날린 오른발 슈팅은 수비수 엉덩이를 살짝 맞고 굴절됐음에도 오른쪽 골대를 아쉽게 빗나갈 정도였다. 후반 34분 날린 오른발 슈팅도 수비수를 맞았지만 골대 오른쪽을 살짝 벗어났다. 그야말로 양발 모두가 병기였다.
토트넘 홈구장에서 맨시티는 유독 작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명장 과르디올라 감독이 특정 팀 원정 4연패를 당한 건 처음이다. 맨시티는 2019년 4월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토트넘에 0대1로 패한 이후 2020년 2월과 11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0대1로 졌다. 앞선 세 경기 모두 손흥민에게 결승골을 내줬고, 이날도 손흥민에게 일격을 당해 1패로 시즌을 시작했다. 손흥민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래 맨시티를 상대로 두 번째로 많은 골(1위 제이미 바디)을 넣은 선수가 됐다.
손흥민은 자신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토트넘의 새 감독 누누 산투에게도 데뷔전 빅매치 승리를 안겼다.
산투 감독은 토트넘 부임 이후 스리백 중심의 선수비 후역습 전술 대신 포백 중심의 공격 전술을 구사했고 이는 프리시즌에서 좋은 성적으로 연결됐다. 산투 감독은 이날도 손흥민을 최전방 원톱으로 세웠고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냈다.
경기 후 산투 감독은 "손흥민은 전방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라며 "상대의 틈과 공간을 찾아내는 '킬러'로, 그가 가진 재능이 놀랍다"고 찬사를 보냈다.
손흥민의 결정력에 힘입어 강호 맨시티를 잡아내자 토트넘 팬들은 해리 케인을 소환했다. 관중석의 팬들은 함께 "해리 케인 보고 있나(Are you watching, Harry Kane)?"를 외치며 승리를 자축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팀을 옮기고 싶다'고 돌발 선언한 케인은 화가 난 토트넘이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책정한 탓에 쉽사리 팀을 옮기지 못했다. 특히 케인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맨시티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만큼 팬들의 기쁨도 배가됐다.
경기 후 손흥민은 "맨시티는 현재 세계 최고의 팀인 만큼 우리는 준비해 온 걸 피치에서 잘 보여줬다"며 "이렇게 시즌을 시작하는 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 기록 경신에 대해 "매 경기 팀을 위해 뛰다 보면 개인 기록은 따라올 거다. 기록을 깰 수 있을지는 시즌이 끝나봐야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