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 졸업 후 20년간 미국에서만 뛴 SSG 추신수는 올해 KBO리그 첫 시즌을 보내며 원정팀을 위한 각 구장 시설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한국야구의 ‘메카’인 잠실구장의 열악한 환경을 두고는 쓴소리를 참지 않았다.
추신수가 내년 봄, 잠실구장을 다시 찾는다면 살짝 미소를 보낼지 모른다. 잠실구장 원정 라커룸이 이달 대변신에 들어간다.
잠실야구장 운영본부의 한 관계자는 6일 “도면 설계가 이미 나온 상태로 이달 중순이면 입찰을 통해 시공사가 선정된다”며 “이달 말이면 바로 착공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잠실구장 3루쪽 실내 골격을 흔드는 제법 큰 공사로 기간은 약 2개월로 잡고 있다. 새롭게 단장하는 잠실구장의 라커룸은 내년 3월 시범경기 때부터 개방이 가능하다.
그간 잠실구장을 찾는 원정팀 선수들은 라커룸이 비좁아 복도까지 나와 가방을 늘어놓곤 했다. 원정팀을 위한 시설로 이름은 붙어있었지만 대부분이 유명무실했다. 이를테면 수전 3세트가 설치된 간이 샤워실은 있었지만, 탈의실은 따로 없었다. 더구나 원정팀 간이 식당 내부로 통하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샤워실을 이용하자면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새 도면 설계에 따르면 선수 라커룸은 기존 공간에 비해 2배 넓이로 확장된다. 라커룸 위치 또한 바뀐다. 기존의 원정팀 감독실과 남녀 화장실을 비롯해 그 사이로 통하던 복도와 3루쪽 진입 로비 일부까지 크게 터서 한 공간으로 만든다.
기존 라커룸은 세 구역으로 나눠 원정팀을 위한 편의시설로 활용된다. 원정팀 감독실과 코치실, 물리치료실 등이 이곳에 자리잡는다. 최신 구장과 비교하면 최상일 수는 없지만 건립 40년이 된 잠실구장의 기존 여건을 감안하면 최선의 조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사실 잠실구장은 LG와 두산 두 구단이 함께 홈구장으로 쓰고 있어 리모델링 자체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잠실구장 1루쪽은 두산의 구단 사무실과 두산 선수들의 클럽하우스가 자리잡고 있다. 3루쪽 공간은 LG가 쓰고 있다. LG 선수들의 이동 경로가 3루쪽 원정 시설과 겹칠 수밖에 없다. 이에 LG 선수들의 최소한의 통로를 마련하기 위해 설계 단계부터 몇 차례 수정 작업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잠실구장 근무자들은 새 동선을 익히는 데 한동안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협조와 지원도 뒷받침됐다. 잠실 야구장 시설 개선 문제는 지난 4·7 재보궐선거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요청사항을 전달하면서 떠오른 이슈였다. 이후로 관련 사항을 두산과 LG 구단과 협의하던 서울시에서 잠실구장 인프라 개선에 응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