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억원의 사나이’ 황재균(34)이 두 번째 FA에서도 대박을 칠 수 있을까.
황재균은 지난 2018시즌에 앞서 미국에서 국내로 복귀하며 KT 위즈와 4년 총액 88억원의 초대형 FA 계약을 맺었다. 이는 당시 1군 진입 3년차였던 막내 KT의 FA 최고액이었고, 지금까지도 황재균 계약은 KT의 역대 최고 규모로 남아 있다.
황재균은 KT에서 4년 동안 517경기에 나서 타율 2할9푼7리 76홈런 308타점 46도루 OPS 8할4푼1리를 남겼다.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20홈런 및 OPS 8할 이상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134경기 타율 3할1푼2리 21홈런 97타점 맹타로 팀의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도 5.06으로 KT 입단 후 가장 높았다.
다만 FA 취득을 앞둔 올 시즌에는 117경기 타율 2할9푼1리 10홈런 56타점으로 활약이 저조했다. 수비 실책도 KT 입단 후 두 번째로 많은 16개에 달했다. 주장을 맡으며 경기 외적으로 챙겨야할 부분이 많았고, 시즌 도중 도쿄올림픽에도 다녀오며 휴식을 취할 시간이 부족했다. 일각에서는 34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서 오는 에이징 커브를 이유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황재균은 가을야구에서 부진을 털고 자신의 진가를 뽐냈다. 생애 첫 한국시리즈였지만 4경기서 타율 2할8푼6리 1홈런 5타점 3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2차전 결승포, 4차전 결승 2루타를 비롯해 약점으로 지적됐던 3루 수비에서도 잇따라 호수비를 선보였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발표한 2022 FA 승인 선수 명단에 따르면 황재균은 박병호, 정훈과 함께 FA 내야수 3인에 이름을 올렸다. 등급은 ‘B’이며 타 구단과 계약을 진행할 경우 그 팀은 보호선수명단에 있는 25명을 제외한 1명의 선수와 연봉 100%, 또는 연봉 200%를 KT에 줘야 한다. 유일한 3루수인 황재균의 올 시즌 연봉은 8억원이다.
현실을 냉정하게 봤을 때 이번 스토브리그서 4년 전의 영광을 재현하기엔 무리가 있다. 내년이면 35살이 되는 나이, 올 시즌을 통해 드러난 수비력 약화 등이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그러나 큰경기에 강한 면모를 보였고, 주장이라는 힘든 자리에서 통합우승 주역으로 거듭났기에 마냥 계약 규모를 축소할 수는 없는 법이다. 여기에 최근 내야수가 필요한 LG가 관심을 갖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KT 구단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황재균을 무조건 잡는다는 입장이다. 최근 황재균 측과 두 차례 만남을 갖고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남 이후에도 “황재균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선수”라는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 88억원의 사나이 황재균이 4년 전만큼은 아니겠지만 이번 시장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