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렌스탐 넘어 다음은 오초아다.’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장기집권의 토대를 만든 고진영(27)이 역대 최장기 1위라는 새로운 기록에 도전한다.
고진영은 6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 코스(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120주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하게 됐다.
고진영은 2019년 4월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으로 처음 세계랭킹 1위(4월 9일자 발표·이하 한국시간)에 올랐다. 그 뒤 7월 2일자 발표까지 16주, 이어 박성현에게 잠시 자리를 내준 뒤 7월 29일 발표에서 1위로 복귀해 2021년 6월 28일 발표까지 100주, 이후 넬리 코다(미국)과 1위 싸움을 하며 10월 26일자 발표 후 2주, 2022년 2월 1일자 발표에서 1위를 되찾아 현재까지 6주 동안 1위를 지켜 통산 120주 여왕의 자리에 올랐다.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가장 오랫동안 1위를 지킨 선수는 158주의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다. 쩡야니(대만)가 109주로 2위였으나 고진영이 뛰어넘었다. 다음은 박인비(34)의 106주다.
고진영이 앞으로 39주 이상 여왕의 자리를 차지하면 역대 최장기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선수가 된다.
올해 안으로 오초아의 기록을 깰 가능성은 충분하다. 고진영은 새해 처음 출전한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우승으로 2위 코다와 격차를 더 벌리게 됐다. 3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와는 격차가 커 당분간 역전이 쉽지 않다.
장기집권의 튼튼한 토대가 된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다. 고진영은 지난해부터 최근 출전한 10개 대회에서 무려 6번이나 우승했다. 자신의 경기력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올해 추가 우승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경기력은 절정으로 흠잡을 데 없다. 이번 대회에서 ‘원조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유소연,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던 연속라운드 60대 타수 기록을 갈아치웠다. 고진영은 이번 대회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때려내며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신기록을 썼다. 또 30라운드 연속 언더파 신기록도 갈아치웠다.
6승 중 4승은 미국, 그리고 한국과 싱가포르에서 1승씩 올렸다. 코스 조건이나 날씨 등의 환경 변화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기량을 꾸준하게 발휘한다는 건 고진영의 가장 큰 장점이다.
신기록 달성이라는 부담을 이겨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도 앞으로 더 큰 기대를 하게 한다.
고진영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작년에 부산에서 기록을 깰 기회가 있었지만, 여러 상황이 안 받쳐줬다. 오늘도 그런 압박감 속에서 경기했고 그걸 깬 나 자신이 한 계단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대회였다”고 말했다.
소렌스탐의 기록을 깬 고진영이 오초아의 최장기 세계랭킹 1위 기록마저 뛰어넘는다면 LPGA 투어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