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km의 공을 던지는 것보다 이닝을 책임지며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게 더 큰 목표다."
놀라운 광속구다. 이날 최고 구속 159km를 찍었다.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로버트 스탁(33)이 베어스 군단의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잡고 있다.
스탁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4피안타 6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비록 볼넷을 5개나 허용했지만, 결정적일 때마다 스탁은 주무기인 빠른 볼을 앞세워 한화 타선을 잠재웠다. 스탁의 호투와 함께 두산은 3-1로 승리하며 5할 승률(26승1무27패)까지 단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리그 순위는 6위. 더불어 스탁은 6승 달성에 성공했다. 반면 한화는 21승 35패를 마크했다. 순위는 9위다.
올 시즌 두산의 외국인 원투 펀치는 지난해 MVP에 빛나는 미란다, 그리고 새롭게 영입한 스탁으로 꾸려졌다. 하지만 현재 미란다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황. 더 나아가 최근 미란다의 왼쪽 어깨 상태가 계속 좋지 않으면서 복귀가 더욱 미뤄지고 있다.
이날 경기에 앞서 김태형 두산 감독은 "미란다가 좀더 시간을 달라고 했다. 다음 주에 캐치볼을 한 뒤 상태가 괜찮으면 2군 실전 등판을 거쳐 오는 24일 혹은 25일께 1군에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란다가 없지만, 두산에는 스탁이라는 든든한 거목이 있다. 스탁은 올 시즌 12경기에 선발 등판, 6승 3패 평균자책점 2.70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총 73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64피안타 35볼넷 65탈삼진 26실점(22자책)을 마크했다. 이날 경기를 포함해 퀄리티 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 투구를 8차례 펼쳤을 정도로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탁은 이날 총 103개의 공을 던졌다. 투심 45개(147~157km), 슬라이더 35개(132~138km), 체인지업 11개(132~138km)개, 속구 7개, 커브 5개(125~130km)를 각각 섞어 던진 가운데, 속구 최고 구속은 무려 159km(두산 전력분석팀 기준)가 나왔다. 결국 한화 타선은 산발 4안타 빈공에 그치며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경기 후 사령탑인 김 감독은 "스탁이 1회 위기를 잘 넘기면서 6회까지 자신감 있는 투구를 펼쳤다. 선발로서 자기 역할을 잘해줬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뒤에 올라온 불펜 투수들도 남은 이닝을 깔끔하게 잘 막아줬다. 공격에서는 페르난데스가 선제 솔로 홈런을 비롯해 타석에서 좋은 타격 감을 보여줬다. 야수들의 수비 집중력도 칭찬해주고 싶다"고 두루 칭찬했다.
승리 투수가 된 스탁은 "전반적으로 제구가 좋지 않았는데, 야수들이 공격과 수비에서 정말 큰 도움을 줬다. 내 앞에 앉아있는 박세혁, 그리고 등 뒤에 서 있었던 모든 야수들에게 고맙지만, 특히 허경민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날 3루수로 선발 출장한 허경민은 결정적일 때마다 안정적인 수비를 펼치며 한화 공격의 흐름을 끊었다. 국가대표 3루수다운 모습 그대로였다.
스탁은 "최고의 수비수라 3루 쪽으로 공이 가면 든든하다"고 동료를 치켜세운 뒤 "1회 위기 때 구종 선택을 놓고 조언을 해주신 권명철 투수코치님께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60km 구속의 공을 던지는 것보다 6이닝, 7이닝을 책임지며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것이 더 큰 목표"라며 다음 투구를 기약했다.
그동안 많은 전력 유출 속에서도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리그 왕조를 구축한 두산. 비록 지금은 중위권에 있지만, 언제 순위가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올지 모르는 끈끈한 강팀이 바로 두산이다. 그리고 그 베어스 군단의 마운드 선봉에는 스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