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기록이 재현될 조짐이다.
메이저리그의 마지막 20패 투수는? 바로 2003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마이크 매로스(45)다. 매로스는 2003년 33경기를 모두 선발로 등판해 9승 21패 평균자책점 5.73을 남기고 '20패 투수'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21세기 들어 최초이자 유일한 20패 투수로 기록에 남아 있다.
매로스 이후 감히(?) 20패에 도달한 투수는 없었다. 그런데 올해 20패 투수 탄생이 유력하다. 벌써 17패를 당한 투수가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내셔널스의 좌완투수 패트릭 코빈(33)이 또 한번 좌절했다. 코빈은 22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2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 5⅓이닝 9피안타 2실점으로 나름 선방했지만 팀이 1-2로 패하면서 패전투수에 이름을 올리고 말았다.
코빈의 시즌 17패째. 지난 6월 29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서 시즌 4승째를 따낸 후 개인 7연패 수렁에 빠져 있다. 4승 17패 평균자책점 6.81. 코빈의 2022년은 악몽 그 자체다.
코빈은 2018년만 해도 200이닝을 소화하며 11승 7패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한 정상급 좌완투수였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워싱턴과 6년 1억 4000만 달러(약 1882억원)라는 거액의 장기 계약을 맺은 코빈은 2019년에도 커리어 최다인 202이닝을 던지면서 14승 7패 평균자책점 3.25로 맹활약을 펼쳤다. 당시 류현진을 제치고 최고의 좌완투수에게 주어지는 워렌스판상까지 거머쥐었다.
그런데 단축시즌으로 치러진 2020년 65⅔이닝을 던지면서 내셔널리그 최다인 피안타 85개를 헌납하며 2승 7패 평균자책점 4.66으로 고전한 코빈은 지난 해에도 171⅔이닝을 던졌지만 9승 16패 평균자책점 5.82로 무너지면서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많은 패전을 당한 투수로 이름을 남기고 말았다. 그가 남긴 피홈런 37개 또한 내셔널리그 최다였다.
올해도 상황이 심각하다. 121⅔이닝 동안 맞은 안타 개수만 무려 176개. 내셔널리그에서 피안타가 가장 많은 투수가 바로 코빈이다.
워싱턴으로선 코빈의 계약이 2024년까지 묶여 있는 것이 심히 부담스럽다. 코빈은 내년 연봉 2400만 달러(약 323억원)를 수령하며 2024년에는 3500만 달러(약 471억원)를 받는다. 워싱턴이 코빈에게 줘야 할 2년치 연봉만 무려 5900만 달러(약 793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워싱턴은 41승 82패로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코빈이 앞으로도 계속 등판한다면 자연스럽게 20패와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이미 20패를 예약한 것과 다름 없는데 앞으로 2년 동안 주머니도 두둑하게 챙길 선수라니 이만한 '골칫덩어리'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