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운영이란 무엇일까? T1 류민석은 실수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말한다.
T1은 26일 서울 종로구 LCK 아레나에서 열린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 정규 리그 2라운드 경기에서 2대 0 완승을 거뒀다. 12승0패(+19)를 기록, 변함없이 리그 선두 자리를 지켰다.
이날 T1은 1세트 초반 ‘선비’ 구관모(비에고)에게 복수의 킬을 내줬지만 상대가 스노우볼을 굴리는 것까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영리한 인원 배치, 정교한 한타 설계 등을 통해 게임을 뒤집었다. 본인들이 잡은 리드는 끝까지 지켜 상대 넥서스를 파괴했다.
올 시즌 내내 나오는 그림이다. T1은 초반에 실점하더라도 당황하지 않는다. 상대에게 킬 1개당 300골드를 가져가는 것 이상의 스노우볼을 용납하지 않는다. 침착하게 오브젝트 한타를 설계하고, 약속된 듯한 스킬 연계로 연달아 킬 로그를 띄워 게임을 역전시킨다.
T1이 이처럼 ‘이기적인 교환’을 하는 팀으로 거듭난 건 팀 운영의 핵심인 류민석이 그동안 강팀 운영의 핵심으로 여겨졌던 격언에 반기를 들면서다. 줄여서 ‘우실줄’이라고 불렸던 것, ‘우리의 실수를 줄이는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는 운영이 정답인가에 류민석은 의문을 던졌다.
한화생명전을 마친 뒤 국민일보와 만난 류민석은 “사람 한 명도 아니고 다섯 명이 하는 게임이다. 무조건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실수를 줄일까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실수를 해도 이길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가 현재 T1의 운영”이라고 덧붙였다.
T1은 지난 담원 기아전 1세트 때도 바텀 라인에서 실점했음에도 상대보다 먼저 1차 포탑을 철거했다. 류민석은 “킬 스코어나 글로벌 골드가 밀리면 원래 주눅이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T1은 다르다. 상대가 골드를 벌더라도 우리 역시 골드를 벌 방법을 모색한다. 교환 구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거나, 상대의 플레이를 강제할 수단을 찾으며 게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운영에 대한 생각을 바꾼 건 지난해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때부터다. 그는 “롤드컵 전까지는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스스로 실력에 자신이 있고, 내가 잘하는 선수임을 알고 있다. 완벽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나자 열린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한결 여유로워졌다. 류민석은 “예전엔 게임이 잘 안 풀리면 반복해서 솔로 랭크를 하곤 했다. 요즘엔 컨디션 조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화가 나서 정상적인 사고가 되지 않을 때 하는 연습은 능률이 떨어진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최근에는 운동을 하거나, 유튜브 시청 등으로 리프레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젠지전은 양 팀의 두뇌들 간 수싸움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류민석은 젠지 운영의 핵 ‘피넛’ 한왕호를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뭔가 하려고 하면 ‘피넛’ 선수가 커버 플레이를 온다”면서 “그 점을 유의 깊게 생각하면서 플레이한다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